재벌 총수들 한목소리로 "몰랐다"·"대가성 없었다"

짜 맞춘 듯 책임 회피성 발언 이어져…이재용에 '집중공세'…재벌의 수난 언제까지 '한숨만'

입력 : 2016-12-06 오후 4:50:54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재벌 총수들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한 목소리로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고, 기금 출연에 대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과 관련해 "대가성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법적 책임에 대한 회피 성격이 짙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청문회 총수 주요멘트
  
질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모든 의혹의 중심에 있는 미래전략실에 대해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며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님(이병철 회장)께서 만드신 것이고, 회장(이건희 회장)께서 유지해오신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의 컨트롤타워로, 비서실이 전신이다. 정유라 승마 지원, 코덱스포츠 컨설팅 계약,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 각종 지원에 대해서는 "일일이 보고 받지 않아 몰랐다"며 잘못을 실무진으로 돌렸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두 차례 독대에 대해서는 “문화융성, 스포츠발전을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을 해주는 게 경제발전,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는 말은 있었다”면서도 대가성은 부인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에 정부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합병비율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져 있는 것"이라며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경유착을 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거듭된 요청에는 "제 부덕"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과도하게 많은 금액을 출연해 면세점 선정과 최태원 회장 사면 등 대가성 특혜를 노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대가성 출연이었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질문에 "대가성을 가지고 출연한 적은 없었고, 제 결정도 아니었다"며 "(전경련으로부터)기업별로 할당을 받아서 해당 액수만큼 낸 것이며, 당시 결정은 그룹내 사회공헌위원회에서 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SK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을 추가 요구받았지만 그보다 적은 액수를 역제안했다가 최순실씨가 최종 거절하면서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제가 직접 관여된 것도 아니고, 보고 받은 사실도 없다"며 "사후에 실무진에게 들은 바로는 계획안이 상당히 부실했고 돈을 전해달라는 방법도 부적절해 거절했다"고 부연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 역시 K스포츠재단에 별도로 70억원을 냈다가 검찰 수사 하루 전 돌려받은 정황에 대해 "(정부로부터) 롯데가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들었다"며 "돌아가신 이인원 부회장을 비롯한 해당 부서에서 결정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이어 면세점 선정 및 검찰 수사와 관련한 대가성 출연이였냐는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는 이날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8억3000만원 상당의 말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삼성은 10억, 한화는 8억 상당의 말을 비선실세의 딸에게 상납하면서 빅딜을 성사시켰다"고 주장했다. 김승연 회장은 2014년도 구매 사실에 대해서는 "승마단에서 쓰고 있다"고 답했지만, 정씨 유입 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화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2014년 구입한 말은 한화갤러리아 승마단에서 사용한 말이고, 정유라에게 줬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이미경 부회장이 청와대 압박으로 퇴진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직접 만났고, 이 부회장이 회사를 떠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대통령의 말씀이라고 전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과거 군부정권 때나 있었던 일"이라며 "박 대통령을 안가에서 한두 번 만난적 있고, 독대 당시 문화사업을 독려했다"는 폭로도 더했다. 차은택씨가 창조혁신센터장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직원에게 전해 들은 바 있다"며 시인한 뒤 "불가능해 거절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일했지만 사퇴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이유는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차씨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원 상당의 광고를 몰아준 의혹에 대해 "회사 규모가 커서 일일이 기억하기 어렵다"고 일관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특혜 사안이 없는데도 기금을 출연한 이유에 대해 "불이익을 우려해 재단에 출연한 것은 아니다"며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정부가 국가적인 사업을 추진하는데 민간 차원에서 협조를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창수 GS 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서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재단 모금창구로 드러난 전경련은 이날 국회로부터 해체 요구에 직면했으며, 대다수 총수들도 '활동 중지' 등 해체 필요성에 동의했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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