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재벌 총수들이 국조특위에서 말을 아끼며 조심스럽게 답변을 이어간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를 깨는 깜짝 발언들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인들 가운데 촛불집회에 나가 보신 분 손들어 보라"고 하자,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나홀로 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이 "당신은 재벌 아니잖아요"라며 다그치자,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다. 오전 내내 질의가 없던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손경식 CJ 회장의 우회적인 비판 발언도 주목을 받았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질문에 "처음 조원동 수석을 직접 만났고 이미경 부회장이 회사를 떠나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이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시장경제 질서에 반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하며 그런 일을 자주 있는지 묻자 손 회장은 "과거 군부 정권 때도 이런 경우가 좀 있었다"며 현 사태를 군사정권 때나 있었던 외압으로 비유했다.
의원들의 일방적인 질타에 대한 역공도 나왔다. 구본무 LG 회장은 "다음 정부 때도 돈 내라고 하면 내겠냐"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압박이 계속되자 "국회에서 입법해서 막아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구 회장은 오전에는 "기업은 정부 입장을 따르는 게 현실"이라고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거듭된 공격성 질문에 국회 차원에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국회에 입장할 때 항의하는 민간인들을 수행원들이 폭행했다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정 회장은 "폭행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사람도 많고 하니 부딪히게 되면 사과를 드려야죠"라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계속되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송구스럽다. 잘못했다.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일관된 답변을 내놓았다.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 부회장을 두고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하면 삼성전자 면접시험에서 낙방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답변을 요리조리 피하던 이 부회장도 한번씩 폭탄발언으로 놀라게 했다. 일부 의원들이 총수 자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저보다 더 훌륭한 분 있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탈퇴하겠다"고 답했다. 계속 언급되는 미래전략실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공격성 발언도 눈에 띈다. 갤럭시노트7의 실패를 두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폰'이 실패했다"고 비유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정유라에게는 300억을 주면서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에게는 보상금으로 500만원을 내미느냐"고 다그쳤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삼성 합병과 관련해서 연임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이게 국정농단 사건하고 무슨 상관 있습니까. 참고인이기 때문에 꼭 대답할 필요도 없다"는 소신발언을 쏟아내 장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에 이 이원은 "참고인 나가세요. 퇴장시키세요. 예의가 없잖아요"라고 해 야당 의원들과의 논쟁이 빚어졌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