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우리은행 사외이사직 수행 문제 없다"

6년여 만에 금융권 복귀, "대법원 판결 남았지만 취업가능 유권해석 받아"
"차기 신한 회장, 흠결없는 사람 돼야"…'라응찬 라인' 겨냥 뼈 있는 말

입력 : 2016-12-07 오후 4:13:02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권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던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6년여 만에 금융권에 복귀한다. 신 전 사장이 선택한 곳은 30여년 동안 몸 담았던 친정인 신한지주(055550)가 아니라 경쟁사인 우리은행(000030)이다.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은 7일 <뉴스토마토>와 전화통화에서 "오랜만에 금융권에 복귀하니 쑥스럽기도 하다"며 "민간은행 경영 노하우를 살려서 우리은행 민영화에 기여해달라는 요청에 응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는 5곳 금융사 중 한 곳인 한국투자증권은 신 전 사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정통 은행가로 은행권 경험이 풍부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당시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 전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촉발된 '신한사태'로, 신 전 사장은 그해 말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등과 함께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신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회사에서는 그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지만 검찰의 기소로 기나긴 법정싸움을 해야 했다. 2013년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판결에서 기소 내용 대부분에 대해 무죄를 인정받아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둔 상황이다.
 
금융관련법령에 따르면 벌금형 이상의 실형을 받은 이는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 사외이사 자격으로 문제가 없냐는 논란이 예상되기도 한다. 신 전 사장은 이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이지만, 2심 판결 이후 당국으로부터 금융사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금융권 복귀와 별개로 '신한사태'로 인해 상처입은 명예가 회복된 것이냐는 물음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신 전 사장은 "당시 내가 바랬던 것을 비롯해 어떠한 것도 진행된 것은 없다"며 "신한에서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와야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그 후로 일련의 접촉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 전 사장은 2심 판결 당시 회사의 고소 사실이 모두 무죄로 판결났으니 신한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신한사태 당사자들은 반성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관련기사:☞한동우 회장 "신한사태 관계자 겸허히 반성해야")
 
특히, 지금은 신한지주가 6년만의 회장 교체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이기도 하다. 신한사태의 공백을 메웠던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신 전 사장은 차기 신한지주 회장의 자격에 대한 질문에 "조직을 나온 사람으로서 할 말이 있겠느냐"면서도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되길 바란다. 흠결이 없는 사람이 와야 조직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국을 빌어서 '흠결 없는 사람'을 강조했지만 자신이 몸 담은 회사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하고 조직을 떠나야 했던 신 전 사장으로서는 뼈 있는 말이다. '라응찬 전 회장의 사람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신한의 고위 경영진 가운데 신한사태에서 자유로운 이는 없다. 김형진 지주사 부사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신 전 사장은 지난 1967년 산업은행으로 은행계에 입문해, 1982년 신한은행의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신한은행의 요직을 거쳐 2003년 은행장에 올랐으며 신한은행의 조흥은행 인수 및 지주사 전환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신한지주 사장직에 올라 유력한 회장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우리은행 사외이사에는 신 전 사장을 비롯해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사장(IMM PE 추천), 노성태 전 한화경제연구원장(한화생명 추천), 박상용 전 공적자금관리위원장(키움증권 추천), 톈즈핑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 추천) 등이 내정됐다. 오는 9일 정기 이사회를 통해 이들 후보를 확정한 뒤 30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받을 예정이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우리은행 사외이사에 내정됐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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