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가천대에서는 스타트업 위크엔드 서울(Startup Weekend Seoul)이라는 행사를 가졌다. 구글이 전세계적으로 지원하는 이 행사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창업가들이 모여 54시간 동안 창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참석자 간 정보를 공유하는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실질적인 창업을 돕는 행사다.
주관 교수로서 젊은 학생들과 예비 창업가들이 모여 밤을 새워가며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있으니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행사에 참여한 많은 창업자들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을 준비했다. 최근 들어 크게 성공한 회사들이 플랫폼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러리라 생각하지만, 과연 스타트업이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플랫폼 비즈니스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로 정의할 수 있다. 가령 예를 들어, 우버(Uber) 같은 회사는 차를 타려는 승객들과 차를 모는 운전자들의 최적 조합을 찾아내고, 교통 서비스 거래가 이뤄지게 하고 결제가 이뤄지도록 촉진함으로서 가치를 창조한다. 보스턴 대학의 마샬 밴 알스타인 교수 연구 팀은 '파이프라인, 플랫폼, 새로운 경영 전략 (Pipelines, Platforms, and the New Rules of Strategy)'이라는 논문을 통해 일반적인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을 소개했다. 플랫폼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소유자, 제공자, 생산자, 소비자로 구성된 생태계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전에도 플랫폼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및 IoT(사물인터넷) 등의 정보기술의 발달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매칭시키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이 출현하게 됐다. 전통적인 사업은 제품 및 서비스의 제조에서 판매를 거쳐 소비자에 이르는 선형적인 '파이프라인(Pipeline, 관로)' 단계를 거치면서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하지만, 플랫폼 모델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플랫폼간의 복잡한 가치사슬이 만들어진다. 밴 앨스타인 교수 연구 팀의 분석 결과, 이런 플랫폼 모델이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면서 파괴적 혁신이 진행돼 결국 기존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비즈니스 모델보다 우월해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부터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에 대해 우선 알아볼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 효과는 어떤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효과인데, 사업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온라인 게임에 사용자가 아무도 없다면 게임은 재미있지 않고 누가 선뜻 게임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베타 서비스를 할 때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네트워크 효과의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삼성이나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 신제품 발표회를 성대하게 하는 경우이다. 만약 신제품 설명회가 초라하게 진행된다면 다수의 기존 제품 사용자들은 신제품이 잘 팔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애플의 페이스타임은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애플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페이스타임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사용자가 많아질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면 신제품의 가치가 크게 증가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제품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신제품 발표회에 많은 비용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한 효과적인 전략인 것이다.
스타트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창업 초기부터 지향하기에는 쉽지 않으나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한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제품 서비스 기획을 잘해낸다면 기회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첫째,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해야 한다. 둘째, 사용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사용자들이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을 제공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일단 초기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을 때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 투자 유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전략을 택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들이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한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