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존폐의 기로에 섰던 동반성장위원회가 또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자금 창구 역할을 해왔던 전경련이 해체 위기에 몰리면서다. 동반위가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조율하는 기구인 만큼 대기업으로부터 쏠린 지원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동반위의 올해 예산 51억5900만원 가운데 전경련이 지원한 금액은 20억원으로, 이는 전체 예산의 39%에 해당한다. 전경련은 지난 2010년 동반위 출범 당시부터 한 해 예산의 40%를 책임져왔다. 지난 5년간 지원한 금액은 총 100억원이다. 전경련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동반위와 자금지원 계약을 맺고 매년 20억원씩 지원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경련의 추가 지원이 끊기면서 동반위의 조직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지난 10월 두 단체가 향후 3년간 자금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데 합의하면서 동반위의 숨통도 트였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동반위의 최대 자금 공급처인 전경련이 해체 위기를 맞자 동반위도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여론과 정치권의 해체 압박으로 삼성, SK 등 주요 그룹들이 전경련에 탈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국책은행들도 가세하는 등 회원사들의 이탈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의 정상적인 운영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동반위는 2018년까지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가 이뤄진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창구역할을 해온 전경련이 해체 위기에 몰리면서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의 자금을 이미 기업들이 전경련에 지급했기 때문에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동반위는 현재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 조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동반위는 그동안 운영자금 조달에 있어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 대·중소 상생을 이끌 구심체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경련이 올해까지 동반위에 12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013년부터 연간 1억원씩 총 4억원을 지원한 것이 전부다. 예산 지원에 있어 대기업의 압도적인 영향력은 동반위의 활동 범위를 제약할 수 있는 한계로 지목돼 왔다. 동반위 한 위원은 "동반위 예산에 있어 특정 단체의 의존성이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사회적 기금 마련 등 다양한 운영 방안을 고민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어느 한 곳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공정한 제3의 기구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적합업종의 법제화가 끊임없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동반위가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민간기구로 명시된 동반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동반위가 기업간 자율합의를 유도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한계"라며 "정부 소속으로 바뀌면 대책이 실효성을 갖게 되고 예산 확보도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정운찬 전 총리를 초대위원장으로, 지난 2010년 12월 출범했다.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