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늘고 있다는데…질 떨어지는 건설 노동 환경

지난해 52만5000개 일자리 증가, 전체 산업 14% 차지
주요 건설사 비정규직 비중은 오히려 증가

입력 : 2016-12-12 오후 5:13:5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해 주택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건설 관련 일자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 둔화와 국내 경기 부진 등으로 문을 닫는 기업들이 늘어난 가운데서도 건설업은 제조업과 도매·소매업에 이어 세 번째로 신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 증가세가 더 높아 일자리의 질은 더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관련 일자리는 총 194만8000개로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이는 제조업, 도매 및 소매업에 이어 3위 규모다.
 
신규 일자리 창출 규모에서도 제조업, 도매 및 소매업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52만5000개, 전체 신규 일자리의 13.9%가 건설업에서 나왔다.
 
이중 지난 한 해 동안 사라진 43만9000개의 일자리를 제외하면 순수 8만6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 셈이다. 일자리 순수 증가율은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주택 시장 붐으로 인해 주택 착공 사업장이 늘면서 관련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건설업은 대체일자리(29.5%)와 신규 일자리(26.9%) 비중이 모든 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체일자리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산업에서 유입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건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조선업종이 침체를 겪으면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실직한 인력 상당 수가 건설업으로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전문기술 보다는 단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 위주로 인력 이동이 일어나면서 전반적인 일자리 질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3월 말 기준 건설업에 종사하는 전체 근로자 131만8000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65만9000명으로 50.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산업 비정규직 비중은 32.0% 수준으로 건설업에 비해 한참 낮았다.
 
주요 건설사의 비정규직 비율도 증가했다. 대우건설(047040)의 경우 2014년 말 25.1%였던 비정규직 비율은 올 3분기 말 34.4%로 9.3%p 상승했다. 같은 기간 포스코건설은 1.1%p, 현대건설(000720)은 0.3%p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주택 시장의 영향으로 건설 관련 일자리가 늘었지만 건설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국토교통 분야 산업·직업별 고용현황 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 고용계수는 2006년 10.7명에서 2014년 5.9명으로 44.9% 떨어졌다. 8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공급물량이 늘면서 건설업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맞다"면서도 "인력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 외국인 인력이 크게 늘면서 실질적인 내국인 일자리는 감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사업 호조로 건설 관련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일자리 질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시멘트 포대를 등에 지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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