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자동차 보급량이 정부 목표치에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내년 충전시설 예산을 증설하고 이르면 2018년부터 국내 자동차업체들을 대상으로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는 자동차업체별로 판매량에 따라 친환경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판매하도록 규제하고 미달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전기차 신청고객에 인도한 물량은 4522대로 올해 1만대를 보급하겠다고 한 환경부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민간보급 신청(계약)으로 접수된 차량은 7042대이지만 일부 전기차모델의 생산 지연 등으로 차량 인도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보급 신청차량 출고가 더뎌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EV)의 공급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EV는 노조파업과 수출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 6일 기준 정부가 구매를 신청한 5003대 중 2565대만이 출고된 상태다. 이에 환경부는 현대차에 수출로 잡혔던 물량을 내수로 돌려서 월 1500대 수준의 공급량을 맞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 생산량을 유럽에 우선 배정하는 것은 아니며 일정 비율에 맞춰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전기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물량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미흡한 충전시설도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에 앞선 미국의 경우 전기차 두 대당 한 개꼴로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서울은 30대가 충전기 한 개를 같이 쓸 정도로 열악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올해 1050억여원에서 2060억여원으로 증액하고 급속충전기 설치 물량도 올해 330기에서 530기로 60% 늘리는 등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 등 전기차 보급이 앞선 곳에 급속충전기 설치도 확대한다. 이용률이 높은 충전소에는 충전기를 2기 이상씩 설치한다. 5대의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집중충전소가 늘어난다. 향후 출시될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량도 30분 내외로 충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오는 2018년부터 국내 자동차업체들을 대상으로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쉐보레 볼트EV와 미국 테슬라 등이 국내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내년 전기차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쉐보레는 내년 상반기 볼트EV를 국내 출시한다. 환경부로부터 383.17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인증받아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델3’ 온라인 판매로 자동차업계 돌풍을 일으켰던 테슬라가 한국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EV. 사진/현대차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