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지난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국정운영 권한을 넘겨받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의 광폭행보 강행 태세에 야당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황 권한대행의 역할이 한시적인 만큼 국회와 적극적인 국정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황 권한대행 측은 15일 “현재의 정치적 상황으로 여·야·정이 함께 만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면 정당 별로 회동해 의견을 나누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내놓은 공동 회동 제안을 거부하고 각 정당 대표 간 개별 회동을 역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황 권한대행의 개별회동 역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통령 탄핵에 따른 과도국정·권한대행 체제에서 국회·정부 정책협의체 구성 등의 논의는 각 당을 따로 면담하듯 만날 사안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야당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야당 공조를 무력화하고 자신을 중심으로 한 국정장악 능력을 높이려는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어떻게 하든 새누리당을 끼워 넣어 촛불민심을 무시하고 보수정권을 수호하겠다는 심보”라며 개별 만남은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다만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의 제안에 대해 “여·야·정 협의체로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새누리당의 친박(박근혜) 대표 때문에 안될 경우 황 권한대행이 각 당과 협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역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를 비롯해 박 대통령이 탄핵되기까지 50여일 방치된 경제·민생현안이 많다”며 개별 만남 형식이라도 황 권한대행과의 회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야3당은 황 권한대행의 오는 20·21일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꼭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의 국정공백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황 권한대행의 출석이 필요하며 당초 나흘 일정으로 진행되는 대정부질문 일정을 이틀로 단축시킨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나오기 힘들다'는 의사를 피력하며 확실한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출석 여부가 현 관망세를 지속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전날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12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 문제를 검토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전반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데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와 국정역사교과서 문제 등에 기존 강경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준식 교육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해 “국정교과서를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국방부도 사드 배치를 내년 5월 이전에 완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택할 것인지, 실효성도 없는 안보와 냉전 이데올로기를 선택할 것인지를 정부가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 역시 국방부의 사드 배치 강행 움직임에 대해 “백번 양보해도 차기정부에서 결정할 문제다. 자꾸 국민과 맞서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일침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