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유통공룡
신세계(004170)가
이마트(139480)를 통한 주류 사업 영역확대를 본격화하며 기존 사업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미 와인과 수제맥주를 통해 주류 시장에 발을 디딘 신세계가 지역 소주 회사까지 인수하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인수를 단행한 제주소주의 신입 및 경력직 채용에 돌입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6월 제주소주와 인수를 위한 가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6개월간 협의와 실사를 거쳐 지난 13일 최종 인수를 확정했다. 이마트는 제주소주가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한류 상품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제주소주는 2011년 자본금 25억원으로 설립됐으며, 이후 곱들락(20.1도)과 산도롱(18도) 소주 등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장기적으로 제주도가 중국인들에게 인기 관광지로 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관련 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이마트가 진출한 중국·베트남·몽골 등 뿐만 아니라 일본·미국 등 제휴를 맺고 있는 대형 유통채널과의 OEM등도 염두해둔 상황이다.
이번 인수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이미 이마트의 자회사인 신세계 L&B(와인유통)과
신세계푸드(031440)(수제맥주)를 통해 주류 제조 및 유통에 관심을 보여왔다.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이마트는 와인과 맥주에 이어 소주까지 종합 주류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주종별 사업구조를 완성시킨만큼 경쟁 유통기업인 롯데의 롯데주류와 같은 통합 주류브랜드 출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류업계는 이마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강력한 경쟁상대로 보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매출 1억4000만원에 불과한 제주소주의 물량 수준으로 볼 때 당분간 시장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특히 소주 시장은 전체 소주 판매량의 65~70%가 음식점과 유흥업소에서 소비되고 있고 무엇보다 도매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보수적인 시장 특성상 단기간에 도매 유통망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다만 주류업계는 이마트가 국내 1위 대형 마트인만큼 소매시장에서의 파급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장기불황에 소주 소비율이 늘고 가정용 주류의 매출 비중이 상승곡선에 있어 이마트가 유통력을 내세워 제주소주를 밀어줄 경우 가정에서의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제주소주가 국내 주류시장보다 해외진출에 무게를 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등 보드카에 음료를 섞어 마시는 술을 즐기는 국가들이 주요 무대일 수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대형마트 선두 기업이라는 점에서 가정용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현재 기준으로 제주소주의 물량 수준, 물류 비용 등을 고려하면 국내 시장 중심에서의 경쟁보다 현지 한류상품으로 키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의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 센텀시티점. (사진제공=신세계푸드)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