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국내 은행권의 내년도 자산성장 목표를 5% 미만으로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감안하면 사실상 '현상유지'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큰 폭으로 늘려왔으나, 내년부터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본격화와 내수 침체 등으로 대출사업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자산 증가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내년 자산 성장 목표가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 목표(최저 3%대)에 맞추는 등 보수적인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까지 최대 7%의 자산 성장률을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년 가계대출 계획에서 대출 성장 목표치를 올해보다 낮춰 잡았다"며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 상향 조정될 여지는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감안하면 현상유지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1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현재의 2.8%에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2.6%)에 이어 올해(2.7%)와 내년까지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물 게 확실해 보인다.
자산 성장률을 낮게 잡았다는 것은 대출을 최대한 늘리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내년 대출 성장률을 5% 수준으로 정했다. 올해 수준으로 유지한 것이지만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은 대출 성장 목표치를 3~4%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곳은 자산성장의 여지가 있지만, 신한 등 다른 곳은 내년 초 최고경영자 교체 이슈가 있기 때문에 목표 설정에 보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은행권이 내년 대출 성장률을 올해보다 낮게 잡은 것은 대내외 경기 여건이 불안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올리면서 내년에도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는다.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수익성이 개선되는 면도 있지만, 금리 문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작년이나 올해와 같은 대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금리가 올라가면 기존 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진다. 올해 은행권의 호실적을 견인했던 가계대출이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은행들은 내년도 주요경영전략으로 선제적인 '리스크관리'를 꼽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리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영업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직후 "자본비율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금리 상승에 취약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금리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사진)은 최근 미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과 관련해 은행 등 금융사들이 금리 상승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