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경기침체 속 올해도 험난한 직장생활을 보낸 직장인들의 마음을 담은 신조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1일 사람인(대표 이정근)이 직장인들이 많이 공감하는 '직장생활 신조어'를 정리했다.
올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공감을 샀던 신조어로 ‘사축’을 꼽을 수 있다. 마치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이라는 의미로, 직장인들의 현실을 자조하는 표현이다.
또 야근을 밥 먹듯 일삼는 ‘프로야근러’, 휴가도 마음 놓고 떠나기 어려워 회사로 ‘출근휴가’를 가는 직장인은 휴식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고 고달프게 사는 ‘쉼포족’의 모습이었다. 관련된 도서를 비롯해 삽화 일러스트는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었고, 최근 일본의 한 유명 대기업 신입사원이 격무에서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국내 직장인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적당히 벌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풍조도 생겨나고 있다. 구직자나 이직 희망자들 사이에서 기업의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입사지원을 하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증가하며 은퇴 후 직업에 대한 준비가 절실해졌지만,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 정년은커녕 오히려 조기에 퇴직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불황에 타격을 받은 여러 업계에서 희망퇴직을 신청 받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조기퇴직을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반퇴세대’가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이 반퇴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반퇴자산’, 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의 기간을 빙하의 깊은 균열에 빗댄 ‘퇴직 크레바스’도 관련해서 등장한 신조어다.
직장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대상은 단연 상사다. 이들을 가리키는 다양한 신조어는 직장인의 공감을 사고 있다. 어디서나 이상한 사람은 반드시 한 명씩 있다는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진상 불변의 법칙)’의 대상자는 상사인 경우가 많다.
또 필요 이상으로 자주 회의를 소집하는 상사는 ‘회의주의자’로 불린다. 업무에 꼭 필요한 회의라면 해당사항이 없지만, 회의랍시고 정작 업무 이야기보다는 잡담이나 훈수를 늘어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젊은 직원과의 세대 차이를 좁히기 위해 어설픈 유머를 던졌다가는 억지로 웃어주지만 어느 순간 세대차이 나는 ‘아재 상사’ 취급을 받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사람인 조사에서 2030세대 성인남녀 2명 중 1명이 스스로를 혼밥, 혼술 등을 즐기는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홀로 문화의 확산은 직장 문화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다같이 밥을 먹지 않고 혼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밥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라, 본인을 위해 사용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워런치족’은 워킹과 런치의 합성어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걷기 운동을 하는 직장인을 의미한다. '런치쇼핑족'은 점심시간을 쪼개 쇼핑을 하는 것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편의점 도시락 열풍과 함께, 혼밥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편도(편의점 도시락)족’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며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과 육아의 병행을 지원하는 제도는 아직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육아는 여전히 엄마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에 오늘도 고생하는 워킹맘들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워킹맘의 육아현실을 대변하는 단어들도 등장했다. 주변의 도움 없이 나홀로 아기를 키우는 경우 ‘독박을 쓰다’에 빗대 ‘독박육아’로 표현된다. 반면, 조부모가 육아를 대신 하면서 아빠-엄마 노릇을 한다는 ‘할빠-할마’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이 손주들을 위해 고가의 의류나 장난감 등의 소비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두고 ‘할류 열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5년 6월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맑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들이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