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A형독감이 유행하자 올해에도 어김없이 백신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취재를 해보니 독감백신이 없다는 병의원과 보건소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올해도 역시 수요 폭증으로 백신공급이 일시적으로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독감의 유행으로 예상보다 수요량이 상회했기 때문이다. 보통 독감은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한다. 접종은 9~11월에 대다수 이뤄진다. 11월 이후는 이른바 백신 사업을 마무리하는 '비시즌'에 돌입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런데 올해는 12월부터 느닷없이 독감이 대유행했다. 독감 의심 환자수는 12월4~10일에 34.8명(잠정치)으로 유행기준(8.9명)에 4배에 달했다. 영유아,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서 백신 접종을 위해 병의원을 찾자 수급 불균형으로 일부에서 백신이 동나기 시작했다. 병의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체는 반품 물량을 떠안을 것을 우려해 뒤늦은 독감백신 사입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대유행은 정부와 제약사에서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12월 이후에 독감 백신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독감은 증상이 유사한 감기와는 달리 치명적인 질병으로 진전될 수 있어 위험하다. 발병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관리 하에 발병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정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무리하게 공공사업을 추진한 것도 백신 품귀 현상을 자초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국회는 지난 9월 영유아 독감예방 접종 확대를 결정했다.
무료 접종률이 크게 올랐지만 백신 제조업체들의 생산이 이미 종료된 상황이어서 접종 수요를 충달할 수 없었다. 무료 접종 대상자를 생후 6~59개월 이하에서 6~12개월 미만 영유아로 대폭 줄였지만 제도가 시행되자 백신 부족현상이 나타났다.
정부와 제조업체가 서로 제 할일 다 했다며 발뺌하는 사이에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소아 청소년들이독감 감염 위험에 처하게 됐다. 제약사와 정부 간 데이터 교환과 정확한 수요 예측 시스템에 대한 성찰과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신 접종 시즌만 되면 매년 야기되는 품귀 현상은 국가 백신 예측 시스템의 부재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독감백신에 대한 수급 조절의 실패를 인정하고, 의사협회, 백신 제조사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관련 정책을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의 종류가 매년 달라지는 등 대외 변수가 많은 백신 시장에서 백신 수요 예측 시스템 설립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