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 엔진 승용차에서 배출가스 정보를 조작하는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발견됐다."
지난해 9월 18일(현지시간) 미국환경보호청(EPA)의 이 같은 발표는 전 세계 자동차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디젤게이트’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을 뜻하는 '디젤게이트'는 폭스바겐 디젤엔진에서 배기가스가 기준치의 40배 이상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사건을 말한다. 센서감지 결과를 바탕으로 주행시험으로 판단이 될 때만 저감장치를 작동시켜 환경기준을 충족하도록 엔진 제어 장치를 프로그래밍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폭스바겐그룹은 미국에서는 곧바로 공식사과를 하는 등 재빠르게 대응, 2.0ℓ TDI 엔진을 탑재한 47만5000대에 대한 배상으로 150억달러(18조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으며 환불절차가 이미 진행중에 있다. 또한 3.0ℓ 디젤엔진을 탑재한 8만여대에 대해서도 총 10억달러 규모의 비용을 지불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판매를 담당하는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수출모델은 미국에서 논란이 된 저감장치(LNT)가 없는 점을 내새우며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리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이 결함시정계획서에 잘못을 시인하는 ‘임의설정’ 내용을 넣지 않자 이에 환경부는 결함시정계획서를 3차례(1월·3월·6월) 반려했다. 폭스바겐은 4개월 후인 지난 10월, 이 문구를 넣은 4번째 결함시정계획서를 제출, 사건발생 1년여 만에 검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도 리콜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이 4번째 결정시험계획서 제출 후 환경부가 요구한 ▲'연료 압력' 문제에 대한 기술적 검토 자료 ▲리콜 개시 후 18개월 내 리콜률 85%를 달성할 방안 등 3가지 서류제출을 한차례 연장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사태는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공포…과징금 요율 5%로 확대
환경부는 지난해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과 올해 인증서류 위조 사건을 계기로 자동차 제작자가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할 경우 행정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27일 공포했다.
개정안은 자동차 인증 위반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 상한액이 현행 차종당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되고 과징금의 최대 부과요율도 당초 매출액의 3%로 5%로 상향된다.
이번에 개정된 과징금 요율 5%와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 500억원을 폭스바겐 사례에 적용하면 배출가스 조작은 15개 차종에 2484억원, 인증서류 위조는 24개 차종에 1189억원을 부과할 수 있다. 폭스바겐이 환경부로부터 실제로 부과받은 과징금은 각각 141억원과 178억원에 불과했다.
개정안은 또 자동차 제작자(수입사 포함)가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할 경우 환경부 장관이 제작자에게 기존의 차량교체명령 외에 신차 가격 환불명령과 중고차 재매입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했다.
하지만 이미 과징금이 납부되고 리콜 명령이 떨어진 폭스바겐 차종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
국내 수입차시장 판도 변화…벤츠·BMW 성장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국내 수입차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올해 수입차시장은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의 인증취소와 판매 중지 여파로 지난달 판매량이 0대까지 떨어지면서 수입차시장 전체가 쪼그라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아우디·폭스바겐 빈자리를 틈타 벤츠코리아의 약진이 두드러 지고 있다. 벤츠는 올해 수입차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BMW가 7년동안 유지해왔던 수입차시장 1위자리를 차지했다.
디젤차량 판매 감소
지난 11월 판매된 전체 수입차 중에서 디젤모델 비중은 53.5%(1만352대)로 전년동기대비 73.3% 점유율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20%포인트 줄어들었다.
폭스바겐 사태로 환경부로부터 인증이 취소된 탓도 있지만 ‘클린디젤’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가솔린(휘발유) 차량 등록 비중은 작년 11월 22%에서 올해 36.3%로, 하이브리드 차량도 같은기간 4.5%에서 9.6%으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일본산과 영국산 차의 점유율이 증가세가 돋보이고 있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5개사는 모두 지난해에 비해 판매 증가세를 기록했다. 국가별 점유율에서도 일본산 브랜드는 15%까지 점유율을 끌어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가 터진지 벌써 15개월이 지났지만 폭스바겐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결국 소비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 악의적 불법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 영미국가들처럼 우리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 반윤리적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