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펴낸 에세이집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면’을 통해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과의 인연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박 소장을 놓고 ‘대학 동기(연세대 국문 81)에 문학반 활동도 같이 했으며, 내게 세미나팀 합류를 제안했던 절친한 친구’라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가 대학 총학생회 활동을 거쳐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박 소장은 8일 서울 서교동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를 만나 우 원내대표에 대해 “처음봤을 때부터 깔끔하고 핸섬한 인상이었다”며 “36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바뀌지 않았다. 나쁜 짓 안하고 살았으니 그런 것 아니겠냐”고 웃으며 말했다.
박 소장이 기억하는 ‘새내기 우상호’의 가장 큰 특징은 ‘신중했던 친구’라는 점이다. 그는 “상호는 시를 쓸 때 사회적 문제를 건드리더라도 작품 완결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친구”라며 “정치를 할 때를 봐도 그러한 신중함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소장이 우 원내대표에게 세미나 합류를 제안했을 때도 한참을 고민하다가 수락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대신 들어온 후에는 근현대사 등의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고 술회했다. 20대 국회 개원 후 민주당이 탄핵정국 등 각종 현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우 원내대표의 신중함과 원칙을 지키려는 고집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두 학번 위였던 시인 기형도, 동기였던 작가 공지영 등과 함께 문학회 활동을 하며 문학적 감수성을 키워나갔다. 우 원내대표는 두 사람이 대학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 화성 박 소장 시골집에 놀러갔던 경험을 거울삼아 에세이집에 수록된 첫 번째 시 ‘래군이네 어둠’을 쓰기도 했다. 일찍이 우 원내대표가 오월문학상과 윤동주문학상을, 박 소장이 박영준문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두 사람 모두 문학적인 재능도 보였다.
하지만 당시 시대 상황은 두 사람이 순순히 문학도의 길을 걷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박 소장은 “1980년 광주에 대한 분노, 권력자에 대한 증오가 많은 젊은이들에게 있었다”며 “시나 소설을 쓰더라도 이를 벗어나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소회했다. 결국 군 전역 후 박 소장은 노동운동에, 우 원내대표는 학생운동에 투신한다. 지금은 각각 연인원 1000만명이 참여한 촛불집회를 이끄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과 원내 제1당 원내대표로 각종 사회현안을 받아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해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이후 이한열기념사업회 활동 등에서 종종 마주치며 만남을 지속해왔다. 지난 2006년 평택 대추리 주한 미군기지 이전 반대운동으로 박 소장이 구속됐을 때 우 원내대표가 면회를 가자 한 언론사가 ‘운동권 친구 박래군의 석방을 위해 나선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하기는 뭘 해요, 아무 것도 없었는데.” 반대로 우 원내대표도 ‘강경파 운동권 친구를 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손해를 봤을 수 있다고 박 소장은 돌아봤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연락이 다소 뜸해졌다고 한다. 박 소장은 “상호가 원내대표에 당선된 후로는 가급적 연락을 안한다. 축하인사도 안했다”며 “친하다는 것이 빌미가 되어 각종 청탁이 들어가고 하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박 대통령 탄핵 등 사회적 현안이 있을 때는 다소 듣기 싫은 말도 건넨다고 한다.
박 소장은 ‘정치인 우상호’가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편법이나 탈법이 되는 일을 스스로 견디지 못하는 도덕주의자다. 어떤 정치인보다 그런 부분에 대한 자기 원칙이 있을 것이다.” 반면 우 원내대표가 ‘촛불 민심’으로 대변되는 광장의 목소리가 정치의 방향을 바꿔가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내비쳤다.
박 소장은 ‘친구 우상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60살까지만 정치하고, 씻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치인 우상호를 믿지만 가끔씩 마음에 안들면 욕도 할테니 그리 알아줬으면 한다. 술도 좀 줄여야 할텐데…건강 잘 챙기고”. 이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어떤 충고도 감사히 받겠다"고 말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이 8일 서울 서교동 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