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잇따른 대출 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서민들의 주택 구입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극약처방이라고는 하지만 이전에 비해 대출 규모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투기 세력을 배제하고 실수요 위주의 주택시장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무주택자들의 설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6일부터 디딤돌대출 금리가 최대 0.25%p 인상된다. 이에 따라 소득 2000만원 이하의 경우 대출 기간에 따라 최저 2.25%p에서 최대 2.55%p로, 2000만이 넘는 경우에는 최저 2.55%p에서 최대 3.15%p로 금리가 오르게 된다.
디딤돌 대출은 가구원 전원이 신청일 당시 무주택이고,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7000만원 이하)이면 신청할 수 있다. 대상 주택은 주거 면적이 85㎡ 이하 주택으로 시가 5억원 이하인 주택이며, 대출한도는 최대 2억원까지 가능하다.
디딤돌 대출은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무주택자들이 내집 마련 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출 상품이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시중금리와 국민주택채권 발행금리가 덩달아 오르면서 디딤돌 대출마저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유도하는 투자세력 대신 실수요 위주의 주택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실수요마저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이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목돈을 모으기 어려운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의 내집 마련 꿈은 더욱 멀어지게 됐다. 오히려 주택구입이나 전세 보다 상대적으로 주거안정성이 낮은 월세 시장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시장이 침체될 것이란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은행 대출 금리도 오르면서 전세 보다는 월세를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며 "이전 같으면 신혼부부의 90% 이상은 전세를 찾았지만 지금은 월세도 괜찮다는 손님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2년 간 치솟은 주택가격과 전세 보증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집값이나 전세 보증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에 의존해야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대출 잔액이 줄면서 목돈 마련이 어려워진 탓이다.
시중 은행 대출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3%를 돌파했다. 시중 은행과 더불어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 가격이 떨어지면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로 옮기겠다는 관망세까지 더해지면서 월세 시장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월세 등 임대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주거 복지 측면에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을 위해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 물량을 늘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대출 규제만 강화한다면 취약계층은 주거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가계부채 방지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주거복지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다. 저소득층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 금리 인상에 이어 디딤돌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서민들의 주택 구입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이 대출관련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