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백화점 업계가 상대적으로 경기상황에 영향을 덜 받는 큰손인 'VIP'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004170) 백화점은 다음달 1일부터 VIP 최저 등급 진입 기준을 연 400만원 이상 구매로 대폭 낮추는 등 VIP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고 12일 밝혔다.
우선 신세계는 기존 5단계였던 VIP 등급을 6단계로 확대하며 기존보다 낮은 엔트리 등급을 신설·확대했다.
이전까지는 가장 낮은 '로얄' 등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연간 800만원 이상을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더 낮은 '레드' 등급을 새로 신설하면서 연 400만원 이상만 구매해도 VIP로 선정될 수 있게 했다.
기존 VIP 고객과 비교했을 때 구매력이 다소 약하긴 하지만 미래의 VIP가 될 수 있는 2030 젊은 고객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연간 구매기준을 채우지 못했어도 3개월간의 구매실적만 가지고도 VIP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3개월간 6회 구매하고 총 100만원 이상을 사거나 3개월간 1회에 200만원 이상을 구매할 경우 '레드'등급 VIP로 선정돼 선정시점부터 3개월간 VIP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명품잡화외 식품은 백화점에서, 패션의류는 온라인에서 쇼핑하는 이른바 '스마트 쇼핑족'이 늘고 있는데 이들을 백화점으로 끌고오기 위한 포석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은 새로운 VIP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고객들은 VIP 혜택을 지속하기 위해 자연스레 백화점에서 모든 쇼핑을 하게되며 다른 업태의 고객들을 새로운 고정고객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백화점업계는 지난해부터 VIP 고객에 대한 할인율을 기존 5%에서 최대 10%로 확대하며 VIP 마케팅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롯데백화점은 할인율 확대와 함께 연 1억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멤버십 혜택을 늘렸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싱가포르의 쇼핑몰 '아이온 오차드'와 VIP 서비스 제휴를 하며 해외 큰손 소비자 모시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백화점 업계가 VIP 고객 확대에 나서는 것은 적은 숫자로도 백화점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이들의 높은 구매력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세계의 VIP 고객은 전체의 3%에 불과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구매력을 보였다. 내점일수도 일반 대중고객 대비 약 7배 높게 나타났다.
경기 상황에도 이들의 구매력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던 지난해에도 백화점별 VIP 고객은 6~28%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점포 오픈 등 하드웨어 경쟁을 하고 있는 백화점 업계로서는 VIP 고객 선점이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