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올 겨울 가장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4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열린 제9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과 시민 등 2500여명은 연신 ‘PC조작, 탄핵반대’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진행됐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집회에서는 목회자들이 차례로 나와 대표 기도를 했고, 참가자들은 기도 중간중간 '아멘'이라고 답했다.
이승현 평강제일교회 담임목사는 "헌법재판소 9명의 재판관들에게 지혜를 달라"며 "하나님 주시는 능력으로 박 대통령께서 자리를 회복해 남은 임기 동안 이 나라를 흔들림 없이 이끌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되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기도 후 연합성가대가 무대에 올라 '마귀들아 싸울지라'라는 찬송가를 부르자 참가자들은 노래에 맞춰 태극기를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이후 일부 참가자들이 약 5m 길이의 대형 십자가를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 중 일부 목사와 권사들은 집회 장소 한편에 마련된 '대통령 탄핵을 위한 목회자 신청부'에 서명을 하기도 했다.
제9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대형 십자가를 짊어지고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어떤 이유로 집회에 참석했느냐는 질문에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수민(79·여)씨는 “나라가 너무 어지럽고 이대로 둘 수 없어서 나왔다”며 “근거도 없는 엉터리 재판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살려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맹수(46)씨는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올바른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게끔 국민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출시되지도 않은 태블릿 PC를 조작하고 있다는 게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있다”며 “바보가 아닌 이상 감히 어떻게 보고만 있냐. 나오지 않는 국민이 바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매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김수근(72)씨는 “촛불집회가 순수하지 않다”며 “촛불집회 운영하는 돈은 어디서 나옵니까. 과거 광우병처럼 배후 세력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통령들도 다 부정이 있었는데, 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 촛불을 드냐”며 “그 순수하지 않은 의도 때문에 탄핵정국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연수(82)씨는 “법치국가니깐 법대로 하면 되는 거고, 촛불이 안 나오면 우리도 안나온다”며 “촛불의 힘을 빌려서 언론이 호도하고,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야권의 대권 주자들을 비난했다. 이경희(67)씨는 “보수집회에도 소변보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동식 화장실을 왜 광화문에만 설치하냐”며 “우리 세금으로 촛불 시위하는 사람들 도와주고, 선거 유세한다”고 말했다. 여명국(71)씨는 “문재인 때문에 대한민국이 김정은 체제로 가고 있다”며 “북한 선거연령이 17세니깐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건데, 그럴 거면 북한가서 출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오후 광화문 일대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제12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퇴진행동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즉각 퇴진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등을 요구했다.
14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열린 제9차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