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교체" vs 반기문 "정치교체"

대선 후보들, 프레임 전쟁 시작…이재명은 호남민심잡기 주력

입력 : 2017-01-15 오후 4:23:37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지난 12일 이후 여야 대권주자들의 조기대선 레이스가 본격 달아오르고 있다.
 
‘정치교체’를 화두로 광폭행보 중인 반 전 총장은 15일 안보행보로 보수층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추모행보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두 후보의 뒤를 따르는 각 진영 여야후보들도 각자 대선행보를 서두르며 존재감 부각에 집중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평택 제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 기념비’에 헌화와 참배를 하고 기념관을 둘러봤다. 그는 “누가 보더라도 폭탄에 의한 침몰로 볼 수밖에 없겠다”며 정부의 ‘폭침’ 결론을 지지했다. 또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도 “준전시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조치는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안보문제에 민감한 보수층에 확실한 어필을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그는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중도 이미지를 부각시켜 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잠재적 여권후보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애매모호한 행보는 오히려 ‘기름장어’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강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아울러 반 전 총장은 “여러 차례 정권 교체가 있었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합당한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고 (사람만) 교체됐다”며 “집권한 사람들이 (같은) 제도 내에서 하다보면 같은 과오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헌을 통한 정치개혁을 주장했다. 이 역시 개헌을 고리로 한 국민의당 또는 바른정당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오후 경기 평택2함대 천안함 기념관에서 전시된 천안함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 전 총장의 소위 ‘정치교체론’을 “정권교체를 말하지 않고 정치교체를 말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말”이라며 “그분이 (대통령에 당선) 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연장”이라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특히 “옛날에 박근혜 후보가 정치교체를 말했다”고 꼬집으며 반 전 총장 주장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 “정권교체 수준을 넘는 정치교체와 시대교체로 새로운 시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연설했다. 반 전 총장의 주장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아울러 추모행보로 야권의 전통 지지층 결집에도 열심이다. 15일 진보진영의 대표적 지식인 신영복 교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고, 그 전날에는 87년 민주화항쟁의 상징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식과 통일운동의 대부 문익환 목사 23주기 추모식에 잇따라 참석했다. 이는 본인이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부합할 수 있는 야권의 대표주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선두권에 있는 두 사람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그 외 여야 대권주자들의 움직임 역시 활발해졌다. ‘문재인 대 반기문’의 양강구도로 고착화되기 전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부각시켜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심산이다.
 
여론조사 3위권이지만 최근 상승세가 주춤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야권의 심장, 광주에 내려가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 이 시장은 이날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 ‘손가락혁명군’(손가혁) 출범식에서 사실상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손가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형성된 이 시장의 자발적 지지자들이다.
 
한 자릿수 지지율로 추락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새로운 당 지도부가 꾸려지는 이날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반전을 꾀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부산방문에 이어 이날 경남 창녕, 창원을 방문하며 영남권 공략에 힘을 쏟았다.
 
여권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4번째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되면 6개월 안에 분권형 대통령제로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수정권창출’을 주장하는 바른정당에서는 후보자 교통정리가 한창이다. 오는 2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유승민 의원은 ‘육아휴직 3년 법’을 선보이며 민생경제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사교육비 완화를 위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제안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선 출마여부를 두고 마지막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포럼' 창립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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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