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청약' 후유증…잔금 못 구해 '발동동'

대출 규제 강화되면서 잔금 등 추가 대출 부담↑
금리 인상 등 여파로 거래량 줄고 관망세 짙어져

입력 : 2017-01-17 오후 3:01:0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몇년 동안 부동산 호황기에 분양했던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하나 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무리한 대출로 입주 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자금난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감축을 이유로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출 문턱을 계속 높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 침체 우려로 매매에 나서는 수요가 줄면서 앞으로 이같은 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 일산에 사는 강모(45·)씨는 이달 말 김포한강신도시에 있는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은행 대출로 중도금을 해결하고, 잔금은 전세를 통해 확보하려고 했던 계획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강 씨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다 보니 입주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매매나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추가 대출을 받기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이 아파트 단지의 매매와 전세가격은 전주와 비교해 매매는 0.15%, 전세는 0.10% 하락했다. 2~3개월 전과 비교하면 매매 및 전세 가격은 1000~3000만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이 단지가 속해 있는 김포한강 신도시는 경기도 주요 지역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수도권 전세시장은 김포한강신도시, 평택 소사벌지구 등 국지적으로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약세를 보이고 있다""수도권 전세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상황인 만큼 향후에도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물량이 단기간 입주하는 곳에서는 전세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올해는 전국에서 38만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상반기 사이 분양된 물량이다. 당시는 저금리 기조로 뭉칫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최대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시기다. 청약 당첨만 되면 그 자리에서 프리미엄이 수천만원까지 붙었던 만큼 묻지마 청약이 유행하기도 했다. 때문에 은행 대출을 무리하게 이용해 아파트 계약을 하는 분양자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계부채 감축을 이유로 정부와 금융당국이 계속해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분양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투자 목적의 경우 보통은 입주시기에 맞춰 전세나 월세 세입자를 들이고 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같은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앞으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심사를 도입할 경우 잔금 대출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동안 대출 받은 중도금대출에 더해 개인 대출까지 있을 경우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세입자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올 하반기 입주대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향후 집값이나 전셋값이 하락하면 매매나 전세 갈아타기에 나서겠다는 관망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월이 부동산 시장 비수기이긴 하지만 지난해 이맘 때와 비교하면 거래량이 많이 줄었다"면서 "좀 더 버티다가 하반기쯤 가격이 떨어지면 옮기겠다는 세입자들이 많다. 지금은 실제 계약은 거의 없고 문의만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리한 대출로 인해 입주 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자금난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신규 아파트에 이삿짐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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