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와 합병해 상장한 회사들의 증시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업공개(IPO) 공모시장이 다소 시들해진 가운데 스팩 상장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분위기다.
스팩은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스팩 합병을 거칠 경우 자금 유치에 대한 부담을 덜고 상장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팩 상장 제도는 지난 2009년 우량 중소기업들이 우회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스팩은 공모로 신주를 발행하고 투자금을 모집한 후 상장한다. 이후 3년 내 비상장 회사와 합병하지 않으면 상장 폐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난해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닉스테크(222810),
썸에이지(208640),
정다운(208140),
쎄노텍(222420), 지란지교시큐리티,
셀바스헬스케어(208370)(구 자원메디칼),
퓨쳐스트림네트웍스(214270),
지엘팜텍(204840),
해마로푸드서비스(220630),
솔트웍스(230980),
디알텍(214680), 넵튠 등 총 12개다. 야심차게 코스닥에 발을 디뎠지만 현재까지 성적표는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친다. 이들 기업 중 닉스테크(8.6% 상승)와 정다운(42.7% 상승), 솔트웍스(12.9% 상승)를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의 스팩 합병 이후 주가는 4.4~55.3%의 낙폭을 기록 중이다.
새해 들어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일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씨아이에스는 상장 첫날 8%대, 드림시큐리티는 12%대 낙폭을 기록했다. 초라한 증시 성적이 이미 확보된 자금이 있기 때문에 자금 유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스팩 합병 상장 특유의 장점마저 희석시키는 분위기다.
결국 투자심리가 살아나야 이들 주가도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팩 상장은 기본적으로 중·소형주 강세장에서 힘을 받고, 또 합병 전 비상장주의 수익률이 높다는 전제 하에 주목을 받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향후 경기 전망과 관련해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는 좋아지고 있지만 지금은 회복 속도가 다소 고평가되는 기간"이라며 "정책 불확실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2차전지 전공정장비 제조업체 씨아이에스, 보안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 드림시큐리티가 스팩 합병을 거쳐 지난 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사진은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 모습. 사진/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