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수저는"…무수저 이재명부터 금수저 남경필까지 대권 야망

'수저계급론'으로 대선후보들 분석

입력 : 2017-02-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최근 대한민국 사회를 관통하는 화두 중 하나는 ‘수저계급론’이라는 신조어다.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녀의 신분과 계급이 결정된다는 씁쓸한 의미를 담고 있다.
 
조기 대선 정국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대선 레이스를 질주하는 여야 대권주자들에 향한 대중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들이 성장했던 시대와 지금의 상황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여야 유력 대권주자들을 흙수저, 동수저, 금수저로 분류해 보고 그들의 과거를 되짚어 본다.
 
무수저 이재명, 흙수저 문재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흙수저보다 못한 ‘무수저’로 평가받는다. 1964년 경북 안동시 인근 산골짜기에서 태어난 그의 부모는 화전민이었다. 이 시장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가족들은 일자리를 찾아 성남으로 이사했다. 부친은 시장에서 청소를 했고, 모친은 시장 화장실에서 돈을 받았다. 이 시장도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 노동자가 된다.
 
이 시장은 소년공 시절 프레스기에 왼쪽 팔을 뒤틀려 장애인이 됐고, 화학약품에 후각을 다쳐 냄새도 거의 맡지 못하는 처지다. 그러나 공장 관리자를 꿈꾸며 주경야독해 1986년 23세의 나이에 사법고시를 합격한다. 이후 사회를 바꿔보자는 일념으로 인권변호사가 됐고, 시민운동가를 거쳐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1953년 경남 거제시에서 태어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부모는 이북 출신으로 6·25 전쟁 흥남 철수 때 월남했다. 부친은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노무자로 일하고 장사도 했지만 실패해 빚만 졌고, 모친은 거리에서 행상을 했다.
 
문 전 대표는 지역 명문 경남고에 수석 입학하는 등 학업에 두각을 나타냈지만 집안의 가난을 비관해 술과 담배에 손을 대며 방황도 했다. 이후 경희대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해 학생운동과 사법고시 공부를 병행했고 구치소에서 합격증을 받는 일화도 남긴다.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운명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과 평생의 인연을 맺게 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왼쪽),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동수저 안희정, 황교안
 
안희정 충남지사는 1965년 충남 논산군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동네에서 철물점을 경영했다. 안 지사는 “친구들과 산과 들을 다니며 땅콩도 캐고 밭일 배우면서 전형적인 논산 촌놈으로 컸다”고 회상한다. 어린 시절 그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존경하며 육군 사관학교를 지망했다. ‘희정’이라는 이름도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중3이던 1979년 독재자 박정희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다. 고1때부터 학생운동에 뛰어들었고 1988년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수감되기도 했다. 이후 국회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노무현의 ‘좌희정’으로 불리며 최측근이 된다.
 
새누리당의 잠재 대권주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부친은 고물상을 했다. 황 권한대행은 작년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금수저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흙수저 중의 무수저”라며 “아버님이 이북에서 와서 아주 어렵게 지냈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최고의 명문 경기고를 졸업하고 재수를 거쳐 1977년 성균관대에 입학한 것을 감안하면 집안사정이 무수저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1981년 사법시험 23회에 합격해 공안 검사의 길을 걸었고, 박근혜 정부 법무부 장관과 총리에 임명된다.
안희정 충남지사(왼쪽),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금수저 안철수, 유승민, 남경필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1962년 경남 밀양 출생으로 부친 안영모옹은 부산 범천동에서 49년간 병원을 경영했다. 병원장 아들인 안 전 대표는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해 일단 금수저로 분류가 가능하다.
 
다만 철도 옆 소규모 공장 밀집지역인 범천동은 당시 병원 하나 없는 빈촌이었다. 환자들도 가난한 서민들이 대부분으로, 안 전 대표는 병원 3층에서 거주하면서 가난한 이들과 자주 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중학생 때는 평범했지만 고교 시절부터 성적이 크게 올라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고, 이후 벤처사업가로 성공신화를 썼다. 새정치를 화두로 안철수 현상을 가져왔던 그는 지금은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1958년 경북 대구 출생으로 부친은 판사 출신이자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 유수호 의원이다. 세살 터울의 형도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로 지역에서 알아주는 엘리트 집안 출신이다.
 
유 의원은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지만 공부에만 빠져 있는 샌님 스타일은 아니었다. 경복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된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 정부의 경제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다 연구원에서 나온다. 정계입문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000년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발탁하면서다.
 
1965년 경기도 용인 출생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정치권에서는 유명한 금수저다. 의원시절 별명은 '오렌지'로 압구정 오렌지족에서 따온 호칭이다. 조부는 경남여객 창업주이며, 부친은 14·15대 의원을 지낸 남평우 전 의원이다. 연세대를 졸업한 남 지사는 미 예일대 유학중 부친의 갑작스런 사망에 귀국하고 보궐선거를 거쳐 만33세의 나이로 부친의 지역구를 이어받는다. 내리 5선에도 성공한다.
 
남 지사는 스스로 금수저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어려운 이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혼자 다 먹는 금수저가 아니라 흙수저와 함께 나누는 정치를 하겠다”는 각오다.
왼쪽부터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