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유화업계 "돈 되면 경쟁사도 합작"

롯데케미칼-이탈리아 베르살리사 합작 고무공장 올 상반기 준공

입력 : 2017-02-09 오전 6:00:00
"돈이 된다면 경쟁사와 손을 잡는 것도 문제 없다."
 
최근 석유화학업계 고위 관계자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쟁사와 합작하는 것도 중요한 상생 전략"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서로 단가를 낮추며 출혈 경쟁으로 치닫기보다는, 각 회사의 장점을 모아 생산성·품질 등을 극대화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여 살아남겠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011170)이 올해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는 SSBR(특수합성고무)·EPDM(에틸렌프로필렌고무) 공장은 합성고무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 베르살리사와 50대 50 지분으로 투자했다. SSBR은 친환경 타이어의 핵심소재이며, EPDM은 산업용부품 소재로 사용되는 특수고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각 고객업체들의 인증만 무난히 통과한다면 연말부터 상업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연 매출 약 6000억원, 3000억원의 수입대체 및 3000억원의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추진 중인 신규프로젝트 4개 중 2개가 조인트벤처(JV)로 진행 중일 만큼 합작에 적극적이다. 오는 2018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완공되는 에탄크래커(ECC)·에틸렌글리콜(MEG) 생산 프로젝트에도 미국 화학기업 액시올의 지분이 10% 포함돼있다. 롯데케미칼은 여기서 나온 연간 100만톤의 에틸렌을 통해 EG(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할 예정이다. 총 2조9000억원이 투자되는 이 사업을 통해 2019년부터 연간 15억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정유사-석유화학사 합작으로 관심을 모은 '현대케미칼' 공장도 지난해 말부터 정상 가동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60대 40 지분 투자로 설립된 현대케미칼은 가동 두 달만에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케미칼에서 생산된 MX(혼합자일렌)은 현대오일뱅크 자회사 현대코스모, 롯데케미칼로 공급된다. 두 회사 모두 원료를 안정적으로 자체조달 받으며 원가를 낮출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자회사 SK종합화학은 '글로벌 파트너링'의 일환으로 지난 2015년 에틸렌 생산량 글로벌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과 함께 합작법인 'SSNC'를 세웠다.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고성능 폴리에틸렌(PE) '넥슬렌'은 현재 중국, 동남아를 비롯해 유럽, 미국 등 세계 전역에 수출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화학사업 확장을 위해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전에도 나선 상황이다.
 
SKC(011790)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의 PI(폴리이미드) 생산합작사 'SKC코오롱PI'도 안정화되며 수익이 늘고있다. 두 회사가 출혈 경쟁을 멈추고 합작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22%)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2.3%, 11.8% 늘었다. 두 회사는 일본에서 수입하던 PI 필름을 100% 국산화에 성공시킨 뒤 중국 등으로 수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코오롱플라스틱(138490)도 독일 화학사 바스프와 손잡고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분야를 공략 중이다. 두 회사가 50대 50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사 '코오롱바스프이노폼'은 경북 김천에 자동차경량화 소재인 폴리옥시메틸렌(POM) 생산공장을 건설중으로, 2018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단가 인하로 출혈경쟁이 생기면서 함께 힘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수적인 석유화학 회사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며 "합작을 통해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시너지도 커지고 있어 합작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60대 40 지분으로 투자해 세운 현대케미칼 공장 전경. 사진/현대케미칼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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