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증권사의 자금조달처인 환매조건부채권(RP)의 기일물 거래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RP거래가 당일 팔고 다음날 되사는 익일물에만 편중돼 유동성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RP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기일물 RP거래 활성화와 관련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 규정변경을 9일 예고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단기금융시장 활성화 방안'의 기일물 RP거래 활성화에 대한 후속조치다.
단기금융시장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일시적인 자금수급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활용한다. 콜, RP,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이 대표적인데, 이 중 RP는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 후 다시 매입하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만기에 이자를 붙여 되사가는 채권을 말한다. 그동안 단기금융시장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무담보 콜거래 시장에서 담보시장인 RP시장으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거래가 익일물에 과도하게 편중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익일물 RP거래 비중은 2013년 70.1%에서 2015년 81.5%까지 확대됐다.
이 때문에 시장이 경색될 경우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예를들어 증권사가 RP를 통한 차환에 실패하면 해당 담보자산을 매각하더라도 자금은 당일이 아닌 다음날에 유입돼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RP시장의 참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일임계약의 경우 기관간 RP거래가 금지되는데, 앞으로는 이를 허용해 RP만기 다변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연기금이나 공공기금을 자금중개사의 RP중개 대상 기관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연기금과 공공기금의 경우 기관간 RP를 허용하면서도 자금중개사의 RP중개 대상 기관에서는 제외해 실질적으로 기관간 RP거래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아울러 한국증권금융의 기일물 RP 시장 조성 기능도 강화한다. 현재 한국증권금융은 콜론, 콜머니 운용을 할 수 없지만 향후 2년간 한시적으로 RP거래 실적에 비례해 콜시장에서 자금 차입·운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단기금융시장 거래정보를 영업일마다 관계당국에 보고하는 체계를 마련해 리스크에 대응하기로 했다. 또 한국은행, 예탁결제원 등이 거래정보와 금리를 세분화해 공시하도록 했다. 대출 등 금융계약에서 일정 수준 이상 사용되는 금리를 '지표금리'로 지정하는 체계도 마련했다.
이날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단기금융시장법 제정방향 공청회'에서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단기금융시장법이 제정되면 영업일별로 보고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의 이상 현상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돼 단기금융시장의 불안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은 기일물 RP거래를 할 때 담보채권 대체가 용이하도록 관련 시스템을 오는 6월까지 개선할 예정이다. 또, 예탁결제원과 함께 한국증권금융, 한국거래소는 기일물 RP거래에 유리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4월부터 시행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국고채전문 딜러(PD), 한국은행 공개시장조작대상(OMO) 기관을 선정할 때 기일물 RP거래 실적도 반영키로 했다.
개정안 규정변경은 오는 4월 금융위 의결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