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신세계푸드 '간편식' 내전

피코크·올반, R&D·판매채널 차별화로 시너지

입력 : 2017-02-14 오후 4:48:59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신세계(004170)가 가정간편식(HMR) 시장 공략을 위한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을 모회사로 둔 이마트(139480)신세계푸드(031440)가 한지붕 아래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선의의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14일 이마트에 따르면 피코크 제품의 지난해 매출 19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41% 상승한 수치다. PB 가정간평식을 표방하며 2013년 론칭한 '피코크'는 출범 초기 250여종의 상품에서 지난해 말에는 1000여종으로 상품군을 크게 늘리면서 급성장 중이다.
 
신세계푸드의 '올반'은 지난해 9월 가정간편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기존 외식사업 브랜드였던 '올반'을 식품제조영역까지 확대했고 시장 진출 3개월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60여종이던 HMR 제품을 올해 200여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신세계푸드가 가정간편식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때까지만해도 업계 안팎에선 의문의 시선이 많았다. 가뜩이나 치열해진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간 경쟁을 벌이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도 있었다. 자칫 '제 살 깎기 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양사는 R&D 조직부터 판매 채널까지 철저한 차별화에 나섰고 현재까지는 '윈-윈'하는 분위기다.
 
실제 '피코크'와 '올반'은 서로 다른 R&D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피코크는 지난해 5월부터 이마트 본사 9층에 '피코크 비밀연구소'를 두고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 중이다. 테이스트 키친의 조리, 시식기능을 갖춘 것은 물론 총 면적 476㎡에 달하는 상품 연구개발(R&D)센터를 갖췄다. 반면 '올반' 제품은 신세계푸드 연구개발(R&D)센터에서 개발하고 있다.
 
뒤늦게 가정간편식 시장에 뛰어든 신세계푸드는 이전부터 이마트의 '피코크'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여기에 신세계푸드가 갖고 있던 한식 브랜드 '올반'의 영역을 적극 활용하며 론칭 초기부터 시장에 어렵지 않게 안착할 수 있었다. 이마트 식품본부장 출신으로 피코크를 만들었던 최성재 부사장이 신세계푸드로 전진 배치된 것도 주효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지난해 올반이 HMR 시장에 진출할때부터 경영진들도 이마트 '피코크'와 선의의 경쟁을 적극 유도하는 분위기"라며 "결과적으로 서로의 영역에서 나란히 성장하며 시너지가 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반은 신세계그룹 유통 계열사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업체에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라는 점에서 피코크와 분명한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푸드를 종합식품회사로 키우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식품 상품 혁신을 통한 제조사업으로 2023년까지 신세계푸드를 매출 5조원의 종합식품회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매출 1조클럽에 가입하며 목표 달성에 한 발짝 다가간 모습이다.
 
손주리 KTB증권 연구원은 "신세계푸드 같은 식품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마트의 PB 상품을 공급하기보다 독자적 브랜드 상품을 내놓을 경우 수익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며 "경쟁사의 유통채널에도 공급할 수 있어 판매채널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마트가 지난 설 명절에 선보인 피코크 떡국 제품(왼쪽)과 신세계푸드가 올반 론칭 초기 선보인 육즙만두 제품. (사진제공=각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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