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와 개성공단 기업의 온도차는 여전하다. 정부는 상당수 기업이 개성공단 중단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하지만, 기업 측은 123곳 가운데 40여곳이 사실상 휴업상태라고 주장하며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피해 지원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한다. 15일 통일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가동 중이었던 123개사 가운데 92.7%인 114개사가 현재 조업 중이다. 지난해 입주기업들의 평균 매출액도 공단 중단 이전인 2015년 매출액의 79%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그러면서 "중단 1년이 지난 지금 상당수 기업이 개성공단 중단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거나, 회복 중에 있다"고 자평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매출이 늘어난 기업을 모범사례로 들며 정부 지원책이 기업 정상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개성공단 기업들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정부와 달리 당사자인 입주기업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힘겹다고 호소한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생산시설 100%를 둔 곳은 모두 51곳이다. 이들 가운데 40여곳은 사실상 휴업상태라는 게 협회 측의 주장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현재 '매출 0원'인 입주기업은 11곳이고, 나머지는 폐쇄 이전 매출액의 1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며 "입주기업 123곳 가운데 3분의1은 사실상 휴업상태"라고 말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정부가 모범사례로 방문한 기업은 개성공단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자생력이 큰 기업이었다"며 "이미 국내와 해외에도 공장이 있어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애초부터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정부 지원이 사실상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남북경제협력보험(경협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에까지 '특별지원'이 이뤄졌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기업들은 "지원기업의 수를 늘리려는 꼼수"라고 비판한다. 정부는 지난해 3~4월에 1차 실태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같은해 10~11월에 2차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는 123곳 입주기업 뿐 아니라 66곳(공기업 제외)의 영업기업도 포함됐다. 1차 조사에서 정부 지원금 '0원'인 영업기업은 28곳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업기업 대표는 "1차 조사에서 지원금 0원이었던 기업 가운데 13곳이 2차 조사에서는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며 "심지어 2차 조사에서 별다른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지원금이 잡힌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영업기업 관계자는 "이들 가운데 최소 60만원을 확정받은 기업도 있어 지원금 0원인 기업을 줄이려는 정부의 속셈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것저것 서류를 준비해야 할 뿐더러 확정된 금액에서 일부 떼고 받기 때문에 포기하려는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