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핀테크 산업 양성 정책에 따라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서 신성장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페이, 화이트 카드 방식의 IT금융 상품,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 IT와 금융이 결합한 신규 결제방식이 국내에서는 예상보다 소비자들의 이용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거나 사업을 접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신결제시장의 후발주자인 중국 등 해외에서는 오히려 지급결제 시장에서 신규 결제 수단이 급성장하고 있다. 신용카드 시장의 선진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들에게 지급결제 시장의 변화에서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서 플라스틱 카드 결제가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이미 고착화돼 있어 신규 결제 시장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 지급 수단 가운데 카드결제 비중은 66.1%로 이미 절반을 넘어선 상태다.
실제로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서 신 결제 수단으로 출시된 화이트카드 방식의 IT금융상품과 신규 페이 플랫폼이 제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거나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수익성 악화에 따라 사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지급결제 시장의 신규 결제 수단으로 화이트카드나 페이 플랫폼 등 핀테크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이용이 저조해 수익구조의 악화에 따라 사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대기업 계열 상품 역시 출시가 지연되거나 제기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등의 시장 침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 코인(COIN)은 화이트 카드 방식으로 출시했던 'COIN카드' 서비스를 오는 28일 공식적으로 중단한다. COIN은 블로그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지난해 6월 모든 사업의 포기 의사를 밝혔다.
화이트카드 방식이란 여러 장의 카드 정보를 하나의 카드형태의 전자기기에 넣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IT상품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스마트폰과 연동해 결제하는 상품으로 개발됐다.
KT(030200) 역시 COIN카드와 동일한 방식의 CLIP카드를 지난해 출시하기로 정하고 계열사인 BC카드를 통해 상품 개발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005930)의 삼성페이 역시 기어 시리즈 등 스마트워치(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삼성페이를 연동하는 신결제 수단을 선보였지만 시범서비스 진행 이후 아직 정식 출시를 못하고 있다.
LG전자(066570)의 LG페이 역시 스마트폰 지원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기존에 추진하던 화이트카드 방식이 무산되면서 백지화됨에 따라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국내 신결제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과 반대로 미국이나 후발주자로 나선 중국 등 해외 시장은 신결제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5.8% 성장한 7800억 달러(약 94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미국의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 규모는 1120억달러(약 120조원)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미국 모바일 결제사인 스퀘어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애플페이 결제 리더기를 무상으로 배포하는 등 결제 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아이리서치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제3자 모바일 지급결제액은 38조위안(약 6400조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배 성장했다.
이같은 중국의 성장세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간편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중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편이며 플라스틱 카드를 통한 결제가 SMS, USB, OTP(일회용 패스워드) 생성기를 통한 인증을 요구해 불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간편한 신규결제 수단인 페이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의 QR코드만 스캔하면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지급결제 시장은 해외시장과 비교해 플라스틱 카드를 통한 결제 환경이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고착화된 플라스틱 카드를 대신할 간편결제 수단을 활성화 시키려면 플라스틱 카드를 넘어설 수 있는 결제 환경이 조성돼야 침체되고 있는 신결제 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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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