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제품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 가성비를 앞세워 중저가 시장을 주로 공략했다면, 최근에는 프리미엄 시장으로까지 발을 넓히는 추세다.
16일 코트라 상하이 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국 휴대전화 평균가격은 3000위안(약 49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2015년 1500~2000위안(약 24만9000원~33만2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상승했다. 코트라는 "중국 스마트폰의 고급화 전략으로 평균가격대가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중국 진리의 'M2017' 악어가죽 모델. 사진/바이두 캡쳐
중국의 휴대전화 평균가격이 높아진 것은 최근 중국 제조사들이 자사 제품군 중 고가의 스마트폰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중국 제조업체 진리가 출시한 스마트폰 'M2017'은 악어가죽 모델이 무려 1만6999위안(약 282만8000원)에 달했다. 같은 기종의 소가죽 모델 역시 최소 6999위안(약 116만4000만원)으로 고가다. 진리는 그간 1000위안 이하의 휴대전화를 파는 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 정·재계 고위급 인사 등을 겨냥한 초고가 제품을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화웨이도 최근 들어 고가폰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와 손잡고 듀얼카메라를 탑재해 출시한 P9, P9플러스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9도 선보였다. 비보 역시 지난해 말 10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엑스플레이6'을 출시해 화제를 일으켰다.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스마프폰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른 오포도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춘 R9을 40만원대에 출시해 시장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처럼 중국 제조사들이 고급화 전략에 나서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5000대로, 전년보다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극심한 정체다. 게다가, 성장폭은 중저가폰에서 여전히 발생하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프리미엄 폰이 절대적 우위다. 확고한 프림엄 폰이 있어야 하위 라인업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도 더해졌다.
중국의 고급화 바람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무섭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에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자리도 안심할 수만은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저가'는 옛말이 됐다"면서 "기존의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의 속도는 삼성전자와 애플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