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야4당은 19일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기한 연장에 뜻을 모으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에 연장 수용을 압박했다. 특히 야4당은 오는 21일까지 연장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23일 본회의에서 특검 연장을 위한 법 개정안 처리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한국당은 “거대야당의 횡포와 폭주가 도를 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주승용, 바른정당 주호영,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등 야4당 원내대표와 각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모여 이 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한국당(구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이 포함된 야4당 원내대표 회동은 바른정당 창당이래 처음이다.
이들은 “특검 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황 권한대행은 조속히 수용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한국당에도 특검 연장에 대한 공식 입장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법의 70일, 30일은 기계적으로 나눈 것이고 법 취지는 수사기간 100일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입장을 수용해야 한다. 황 대행이 정치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수사기간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아무리 늦어도 21일까지는 황 대행의 입장이 나와야 한다. 만약 안 되면 23일에는 꼭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거들었다.
그는 “특검이 수사한 결과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요구한 만큼 특검 입장이 존중돼야 한다”며 특히 “박근혜 대통령 수사가 가장 핵심인데,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특검 연장에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4당 원내지도부는 “23일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특검수사가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간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권상정 강행 여부에 대해서는 “그 상황이 오면 그 때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수사기간은 70일로 오는 28일까지다. 필요할 경우 대통령(혹은 권한대행)의 승인을 받아 30일 추가 연장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는 수사기관인 특검이 판단하는 것으로,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16일 수사기간 1개월 연장을 황 권한대행에게 미리 요청한 상황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수사기간 연장 여부는 황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황 대행이 대선출마를 한다면 연장을 거부하고, 출마를 안 한다면 연장을 수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특검수사가 연장된 상황에서 다음 달 초 헌재의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이 나올 경우, '민간인 박근혜'가 특검의 수사를 받게된다.
아울러 야4당은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공전되고 있는 2월 임시회 정상화 방안도 모색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 ▲MBC 노조 탄압 의혹 ▲이랜드파크 부당노동 강요 의혹 등 3건에 대한 청문회 실시를 야당 단독 의결했다. 한국당은 전체 상임위 전면 거부로 맞서고 있다.
결국 야4당은 민주당 소속 홍영표 환노위원장을 상대로 납득할 만한 입장표명을 듣기로 했다. 또 청문회 대상과 시기, 방법과 관련해서는 한국당이 포함된 교섭단체 4당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진행하기로도 의견을 모았다. 환노위에서 발생한 문제는 해당 상임위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4당은 한국당에 즉각적인 국회 복귀와 국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또 2월 임시회 나머지 기간 중 주요쟁점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도 합의했다.
이러한 야4당의 움직임에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발표해 “거대야당의 횡포와 폭주가 도를 넘고 있다”며 “야당의 주장은 명백한 월권이자 특검에 대한 정치압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변인은 “환노위 날치기 사태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야당이 이번에는 바른정당까지 가세해 특검연장을 외치며 정치특검이 되어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아직 열흘의 수사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열을 올려 요구할 것은 기간 연장이 아니라 공정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기간 연장 요구를 “헌재의 탄핵 인용을 압박하고, 이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특검을 이용하기 위한 정치적 이해에 따른 꼼수”라며 “야4당이 국민 선동과 분열을 중단하고, 특검과 헌재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거두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4당 원내대표 회동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장정숙 원내대변인, 바른정당 정양석, 국민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국민의당 주승용,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 김종대 원내대변인 등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