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2조107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을 잃은 비보 속에 거둔 성적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남다르다.
전문가들은 오뚜기가 건조·조미식품의 매출 개선과 냉동식품·라면의 고성장으로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웃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뚜기는 1969년 설립 이후 오로지 '식품' 한우물만 판 종합식품기업이다. 창립 38주년인 2007년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선 뒤 9년 만에 2배로 성장하며 2조 클럽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특히 2000년 이후 16년동안 단 한 차례도 매출이 감소한 적이 없다는 점은 오뚜기만의 '뚝심'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불황에 민감하지 않은 오뚜기의 제품군들이 안정적 매출 창출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 중에서도 '2조클럽'으로의 도약은 라면사업의 고속성장이 주효했다. 오뚜기는 지난 2015년 진짬뽕을 히트상품으로 만들어냈다. 그 결과 오뚜기 라면은 지난해 '마의 고지'로 통했던 라면시장 점유율이 20%를 돌파했고 지난해 전체 라면시장 점유율 23.2%로 전년 대비 2.7%p 증가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프리미엄 짬뽕라면 열풍을 주도한 '진짬뽕'이 연매출(소비자가 기준) 2000억원, 스테디셀러인 '진라면'이 15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고 라면시장 2위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건조식품류, 양념소스류, 유지류 등 400종 넘는 다품종 전략을 펼친 것도 매출 견인했다. 특히 카레부터 케첩, 당면, 마가린, 즉석밥까지 국민 밥상과 연관된 제품을 대거 생산하며 불황해 흔들리지 않는 매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오뚜기의 '3분 카레'는 시장점유율이 80~90%를 넘어서고 케첩과 마요네즈도 시장점유율이 80%로 수십년간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의욕적으로 선보인 냉동제품들도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5월 선보인 냉동피자 4종은 출시 8개월만에 1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까지 국내 냉동피자 시장이 연간 5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기록이다. 오뚜기 덕에 올해 냉동피자 시장은 4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게 업계 전망이다. 2015년 7월 선보인 '오뚜기 볶음밥'도 출시 1년여만에 국내 냉동밥 시장에서 2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뚜기 2세인 함영준 대표체제가 확고해진 오뚜기는 올해 사업 재정비를 통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실적 부진에 빠졌던 자회사 오뚜기삼화식품에 대한 합병작업을 최근 완료하고 '차' 사업에 대한 재정비에 나서며 신사업에 대한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의 경우 수출비중이 높지 않아 내수 매출만으로 2조원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해외 연결이 아닌 내수기준으로는 2조원대 매출 대열에 합류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라고 말했다.
지난해 오뚜기의 라면시장 2위 굳히기와 매출 2조 달성을 견인한 '진짬뽕' 제품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