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경 기조에 철강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국내 철강제품에 대한 잇단 반덩핑 관세 조치를 두고 업계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미 상무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열린 16차 연례재심 예비판정을 통해
현대제철(004020)과
동국제강(001230)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각각 2.05%, 1.71% 부과키로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한국산 철강 인동에 대해 8.43%의 반덤핑 과세를 최종 확정했다. 예비판정 결과인 3.79%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인동(Phosphor Copper)은 인을 포함한 동으로, 탈산제나 인청동 제조용으로 주요 사용되며 지난해 미국 수출액은 356만달러에 달한다.
국내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조치가 이어지면서 철강업계는 ‘무역장벽’이라는 새로운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조선, 자동차 등 전방산업 침체로 내수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주요 수출길마저 막히지 않을까 우려도 커졌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강관업계의 걱정이 크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모든 송유관 생산에 사용되는 철강재를 미국산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판정에서 예비판정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다른 주요 수출품목에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손해를 줄이기 위해 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 제재조치를 받은 현대제철이나 동국제강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는 후판 물량이 많지 않아 크게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철강업계는 그간 건설업의 호황으로 조선 경기 침체를 상쇄하며 수익성 악화를 막아왔다. 철근 등 봉형강 제품을 중심으로 철강재 판매량이 늘었다. 또 중국 정부가 추진한 자국 내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효과를 보이면서 값싼 중국산 철강재와의 가격경쟁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었다. 지난해 중국은 당초 계획보다 2배 가까운 8000만톤 수준을 감산했다. 올해도 4000만톤을 감축할 계획으로, 오는 2020년까지 1억5000만톤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중국 내 생산량이 줄면서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판매류의 경우 수입물량이 지난해 3분기 220만톤에서 4분기 188만톤으로 14.5% 감소했다.
하지만 지금껏 국내 철강 소비를 견인했던 건설 수요가 올 하반기부터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수출길마저 봉쇄될 경우 퇴로가 없어 고민이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15년부터 분양됐던 대규모 단지 대부분이 올 하반기 공사를 완료한다"며 "신규 착공 물량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에 필요한 철강재 수요도 점차 줄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은 제품에 대한 조사가 트럼프 정부 이전부터 진행됐기 때문에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을 시작으로 자국 경제를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철강협회를 중심으로 미국 철강협회 및 주한 미 대사관 등 관련 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선제 대응하는 한편 고부가 제품 판매비중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다.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국정이 마비되면서 정부의 대응력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동국제강 당진 공장 내부 모습. 사진/동국제강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