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안 피는데"…여성 폐암환자 증가세

간접흡연·미세먼지 등 원인…비흡연자도 정기검진 권고

입력 : 2017-03-08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 비흡연자인 김모(51·여)씨는 최근 목이 자주 쉬고, 기침과 가래가 지속됐다. 단숨 감기라고 생각하다 3주 넘게 증상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다. CT검사를 받은 김씨는 폐암으로 진단을 받았다.
 
흡연자의 질병으로 알려진 폐암이 비흡연자 여성에게도 발병률이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암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남성 폐암 환자는 2010년 3만8168명에서 2016년 5만1845명으로 36% 증가했다.
 
여성 폐암 환자는 2010년 1만6806명에서 2016년 2만7884명으로 66% 크게 늘었다. 2016년 전체 폐암 환자 7만9729명 중 35%가 여성 폐암 환자로 나타났다. 폐암 환자 3분의 1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여성 폐암 환자의 87.8%가 흡연 경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암 여성 10명 중 9명은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주방 요리 시 발생하는 연기, 대기오염, 미세먼지 등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게 폐암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비흡연자 중 요리를 자주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3.4~8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하고, 미세먼지가 10㎍/㎥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22%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간전흡연도 폐암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비흡연자가 오랜 기간 흡연자와 같이 생활하며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경우다. 흡연자보다 오히려 담배 필터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담배연기를 그대로 흡입하게 된다. 발암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더 많은 발암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와 흡연자에 비해 간접흡연이 폐암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병준 중앙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비소세포성 폐암 가운데 편평상피세포암은 남성 흡연자에서 호발하는 반면 여성, 특히 젊은 비흡연자에서 선암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폐암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폐암 진단을 받았거나 의심이 되는 여성은 여성호르몬제의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폐경여성이 갱년기 때 여성호르몬제인 프로제스틴과 에스트로겐 등을 복용하는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은 폐암 사망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폐암은 직접 흡연이 아니더라도 여성에게 있어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비흡연자 여성이라도 간과하지 말고 평소 폐 건강에 관심을 갖고 예방을 위한 노력과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비흡연 여성이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 조리를 할 때 반드시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고 환풍기를 작동하며, 생선이나 고기 등의 음식을 굽거나 볶고 가열을 할 때에는 뚜껑을 덮고 조리를 하는 것이 좋다.
 
쉰 목소리, 객혈, 호흡곤란, 흉부 통증 등이 폐암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해 환자가 병을 자각하기 어렵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이미 진행된 폐암이 많다. 수술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조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폐암은 흉부 엑스선과 CT 촬영, 가래 세포 검사, 기관지 내시경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폐암으로 진단을 받으면 환자의 나이, 건강상태에 따라 의료진의 판단 하에 치료를 받게 된다. 폐암 치료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이 있다. 폐암으로 진단될 때 이미 상당수의 환자는 병세가 진행된 경우가 많고, 폐암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의료진과 상의를 통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게 좋다.
 
폐암은 재발이 많고 완치율이 낮아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폐암은 60대 이후 환자가 크게 늘어난다. 전체 암의 5년 평균 생존율은 66% 정도인 것에 비해 폐암의 5년 평균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다. 폐암은 평소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이 중요하고, 치료를 받은 후에도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박병준 교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은 흡연 남성에 비해 자신이 폐암에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된 뒤에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며 "비흡연 여성이라도 45세 이상이나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저선량 폐CT검사 등 정기적인 폐 검진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의 국내외 연구를 보면 여성에서 발생한 폐암은 남성보다 초기부터 말기까지 모든 병기에서 더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조기에 발견되었을 때는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라도 적극적인 검진과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도움말=중앙대병원)
 
폐암 여성 90%가 비흡연자로 조사됐다. 비흡연자 여성이라도 45세 이상이나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주기적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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