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의 기막힌 몰락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이제 재벌들을 향할 것이다", "독재자 딸이 스캔들로 물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탄핵 당하자 주요 외신들도 "독재자 딸의 극적인 몰락"이라며 긴급하게 소식을 전했다. 일부 방송사는 정규 뉴스를 끊고 박 대통령 탄핵 소식을 다뤘으며 발빠르게 향후 전망을 쏟아냈다.
미국의 CNN은 홈페이지 전면에 'PARK OUT(박근혜 파면)'이라는 제목의 탄핵 기사를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군부 독재자의 딸인 박 전 대통령은 보수 기득권의 아이콘이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아버지에 대한 보수층의 향수 속에 대통령이 된 독재자의 딸이 스캔들로 물러나게 됐다"라며 '기막힌 몰락'(stunning fall)이라고 표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헌법재판소 선고 과정을 동시통역으로 생중계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탄핵이 한일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국 매체들도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생방송 도중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전했다. 향후 사드 배치 문제에 변화가 생길 지에 주목했다.
탄핵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영국의 가디언은 "탄핵 이후 대중의 분노가 다시 한번 재벌들을 주목할 것"이라며 "현대나 롯데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제공 혐의를 받고 있는 재벌 총수들에 대한 수사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한국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1위 기업(삼성)이 모두 심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좀 더 투명한 사회로가는 길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서방 언론들은 탄핵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했다.
CNN은 이 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동맹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마크 토너 미 국무부대변인의 발언을 소개하며 향후 한·미 관계를 전망했다.
NYT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북한과의 대화에 무게를 두는 야당으로 권력이 쏠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보다 북한과 중국에 더 동조하는 지도자가 들어설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탄핵 판결이 한국을 역사적 시점에 올려놓았다"며 "많은 이들이 뇌물과 정실인사로 오염된 나라가 개혁 되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