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안창호 "보수·진보 아닌 정치적 폐습 청산 위해 파면"

"대통령 권력 과도 집중한 현행 헌법, 최순실 국정개입 조장"
"권력공유형 분권제 전환하는 권력구조 개혁 필요"

입력 : 2017-03-10 오후 12:58:17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은 10일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인용 의견을 낸 뒤 "피청구인 파면 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탄핵심판은 단순히 대통령의 과거 행위의 위법과 파면 여부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폐습을 조장한 권력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면, 앞으로 대통령이 이 사건과 유사한 방법으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도 파면의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며 "그 결과 정경유착 등 정치적 폐습은 확대·고착될 우려가 있다. 이는 현재의 헌법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적 가치와도 충돌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만 아니라, 법을 준수하여 현행법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는 국민의 위법 행위보다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봤다.
 
이어 안 재판관은 "대통령 권력을 과도하게 집중시킨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을 조장함으로써 권력행사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투명성 확보에 심각한 문제점을 보인다"며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 아래에서 계속되고 있는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정치적 폐습"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경유착 등 정치적 폐습과 이전투구의 소모적 정쟁을 조장해 온 제왕적 대통령제는 협치와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권력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또는 책임총리제의 실질화 등이 국민의 선택에 따라 현행 헌법의 대통령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고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또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제적 요소의 강화를 통해 통제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창호(가운데)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지난 3일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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