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에 산업계 시름…"경제도 안보"

현실은 취약, 대중국 의존도 절대적…근본적으로는 의존도 분산해야

입력 : 2017-03-12 오후 5:04:11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노골화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경제 구조 탓에 뾰족한 대책도 찾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무역 다변화 등을 통해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포스트차이나 전략을 마련, 중국발 경제 충격의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발 등에 불이 떨어진 현실과는 동떨어진 지적이라는 반론이 높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총 1224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5.1%를 차지했다. 수입은 870억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1.4%에 해당된다. 미국(수출 13.4%, 수입 10.64%)과의 교역을 월등히 앞서는 최대 규모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한국이 달성한 흑자는 374억달러로, 무역 상대국 가운데 가장 컸다.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도 중국 수출이 크게 기여했다.
 
한국의 대중국 의존도는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중국 수출 비중은 26.0%로, G20 국가 중 호주(32.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G20의 대중국 수출 비중 평균은 6.8%로, 한국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은 지난 2011년 19.7%까지 올라갔던 중국 수출 비중이 17.5%에 그쳤다. 일본은 지난 2012년 중국과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시작되자 생산시설 건설이나 투자를 동남아시아로 돌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췄다.  
 
내수를 지탱하는 소비산업 역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됐다. 한류 열풍 등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소비가 여행 및 면세점 등 유통업계를 먹여 살린다. 정부가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 면세점 신설 등을 포함한 것도 중국 관광객들의 수요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지속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GDP)이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수차례 나왔다. 국제투자은행(IB) 크레딧 스위스는 중국의 한국 관광금지 조치가 한 해 동안 지속되면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 GDP가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IBK경제연구소는 이보다 높은 0.59~1.07%포인트 하락을 점쳤다.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이미 가시화됐다. 롯데가 융단폭격을 맞으며 휘청이는 가운데 현대차 등 제조업까지 위험이 포착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 사업을 펼치는 소비재·콘텐츠·관광 기업 597개사를 대상으로 '중국 사드 관련 경제조치에 따른 피해'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기업 56.2%가 "현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32.9%는 "향후 3개월 안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기업 89.1%가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무역 다변화 등을 통해 근본적인 경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일본에 이어 베트남은 2014년 중국과 영토권 문제가 발발하면서 중국이 곧바로 베트남산 농산물 수입 제재 조치를 취하자 교역 다변화를 꾀했다"며 "베트남 유통업계는 한국 등으로 공급처를 변경하는 등 대중국 교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한 영업 제재가 확대될 경우 대중 투자 위축 및 피해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생산기지 및 수출 타깃 시장을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으로 바꾸는 포스트차이나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근본적 방안에 동의한다"면서도,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으로 국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며 "외교안보 차원에서 문제가 시작된 만큼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화재가 났으면 불부터 꺼야지, 새 집을 지으라는 게 말이 되냐"며 "경제도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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