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무사냐, 저격수냐?…안-이, 최성 토론태도에 '부글부글'

"'검증사' 자임하며 흠집내기 집중…당이 알아서 제재해야"

입력 : 2017-03-15 오후 5:58:33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토론회가 본격화되면서 최성 고양시장에 대한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 시장이 “제2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막으려면 철저한 후보자 검증이 필요하다”며 ‘후보 검증사’를 자임하고 있지만, 그 검증의 칼끝이 안희정·이재명 두 후보에게 집중되고, 정작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는 상대적으로 무딘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검증을 빌미로 이미 여러 차례 해명이 된 특정후보의 약점들을 들춰내기에 급급해 경선토론회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당 대선 주자 공중파 방송 합동토론회에서 최 시장은 안 지사의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전과 등을 거론했다. 이 시장에게는 음주운전 전과와 논문 표절 논란 등을 따져 물었다. 안 지사는 얼굴이 굳어지며 “같은 당 동지한테 그런 방식으로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발끈했고,이 시장도 “젊은 시절의 음주운전은 제 잘못이고 이 자리를 빌려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를 했지만 불쾌한 표정이었다. 
 
두 후보의 개인 신상문제를 제기한 최 시장은 문 전 대표에게는 캠프 영입인사들의 잇따른 말실수를 물었다. 문 전 대표는 “모든 사람이 완전할 수는 없다”며 “함께 모여 장점을 살려 나간다면 이게 정권 교체의 밑거름, 국정을 밝힐 인재 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최 시장의 발언시간을 배려하며 ‘맏형’ 이미지를 과시하기도 했다.
 
최 시장의 이런 태도에 대해 안희정·이재명 캠프 관계자들은 격분하고 있다. 이미 알려져 후보의 해명이 끝난 문제를 굳이 제기하는 것은 흠집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판이다. 안희정 캠프 관계자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당내 다수파, 특정 후보와 손잡으려는 게 눈에 보인다”며 “경선 토론회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있는만큼 당이 알아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시장은 15일 광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호위무사 역할을 자임하는 것으로 본다”며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저격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최 시장이 진지하게 경선에 참여하기보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나온 것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그는 다른 후보자들보다 빠른 지난 1월5일 공식 대선출마를 선언했지만, ‘후보자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을 아직까지 운영하지 않고 있다. 후보 스케줄이나 공식입장, 정책자료 등을 공유하는 단톡방은 후보자가 언론에게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기본 창구다.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물론 공식 선언을 하지 않은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운영하고 있다. 또 최 시장이 다른 후보들과 달리 여의도 선거캠프를 마련하지 않고 일산에만 캠프를 운영하는 점도 그런 의심을 키운다.
 
최 시장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홍보에서 일부 부족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간 언론들의 무관심에 일차적인 원인을 돌렸다. 안희정·이재명 후보 측의 불만 역시 두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는 것처럼, 최 시장 역시 자기보다 위에 있는 두 후보를 타깃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최 시장은 지난 6일 2차 합동토론회에서 “문 전 대표는 먼저 2·3위 후보와 맞장 뜬 다음”이라고 밝혔다. 또 14일 자신의 SNS에는 “일각에서는 저를 두고 ‘모두까기 인형’이라 하는데 지금 검증 못하면 정작 본선에서 무너진다”며 “청렴한 국가, 청렴한 대통령 만들기 위해 이 토론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17차 촛불집회에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최성 고양시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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