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일양약품(007570)이 개발한 제18호 국산신약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슈펙트'가 2차치료제에서 1차치료제로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부진한 실적에 그쳤다. 글로벌 신약과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21일 일양약품은 2003년에 제품 개발에 착수해 2012년 슈펙트를 출시했다. 기존 치료제를 사용해 효과가 불충분한 환자에게만 사용하도록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전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된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은 초기 환자는 노바티스 '글리벡'과 '타시그나', BMS '스프라이셀'을 1차치료제로 처방받는다. 이들 치료제를 사용하고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만 슈펙트를 처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슈펙트는 2차치료제여서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IMS데이터 기준, 슈펙트의 실적은 2013년 7억원, 2014년 10억원, 2015년 14억원에 그쳤다.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시장은 1000억원대 규모로 추정된다. 이중 1차치료제 시장이 900억원대, 2차치료제 시장이 100억원대 규모다.
일양약품은 1차치료제로 승인을 받기 위해 240명을 대상으로 국내외 24개 대형병원에서 임상을 실시했다. 발매 3년만인 2015년 슈펙트의 1차치료제 사용을 승인받았다. 일양약품은 슈펙트의 처방 범위가 10배가 넓어져 매출 상승을 기대했다. 내년까지 100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100억원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슈펙트의 실적은 23억원에 그쳤다. 전년비 성장률은 90%에 달하지만, 경쟁 제품 실적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글리벡은 458억원, 타시그나가 278억원, 스프라이셀이 225억원을 기록했다.
슈펙트의 부진은 신규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장기간 치료제 처방을 요하는 질환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같은 중증 질환의 경우 의료진은 기존 의약품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처방 특성을 나타낸다. 글리벡, 타시그나, 스프라이셀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슈펙트로 교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슈펙트는 기존 환자보다 신규 환자 중심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골수성백혈병 환자는 1만1200여명으로 알려진다. 이중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3300여명로 추정된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신규 환자는 매년 300~500명에 달한다. 슈펙트를 1차치료제로 처방했을 때 1년 비용은 1945만원 정도다. 신규 환자 300명이 슈펙트를 전부 처방받았다고 가정하면 약 58억원 정도 매출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신규 환자 수가 적어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신약이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이라며 "백혈병치료제를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후발제품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장기적인 시각으로 봐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