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법제화되면 시장에서의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결국 소비자에게 가장 큰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이 중견기업들에게서 제기됐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가 개최한 ‘적합업종 법제화의 문제와 대안’ 좌담회에서 "적합업종 법제화는 기존의 시장 구조를 고착화해 모든 피해를 결국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 중소기업이 사업하기에 적합한 업종·품목을 선정해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됐다. 현재까지 적합업종은 제조업 56개, 서비스업 18개 등 총 74개 품목(시장감시, 상생협약 제외)이 지정된 상태다. 금형을 시작으로 골판지상자, 전통떡, 청국장, 순대, 장류, 두부, 단무지 등 49개 품목이 올해 안에 해제되면서 관련업계는 법제화를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골목상권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한다.
윤 연구위원은 적합업종 지정 이후 소비자 후생이 크게 하락한 포장두부 사례를 소개하며 법제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포장두부가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성장마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KDI가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포장두부 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콩 두부 제품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국산콩 두부를 선호하는 소비자 후생이 월평균 약 24억원, 연간 약 287억원(전체 후생의 5.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9월에 적합업종 해제를 앞두고 있는 장류 업계 역시 법제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은 "2009년 이후 연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해 온 장류가 2011년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사업 확장이 금지되고 정부조달 시장 진입도 불가능해져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견기업이 이미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사업조정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등의 여러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생계형 적합업종제도의 법제화 이슈는 절망적”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할 것이란 입장이다. 박대규 산업통상자원부 기업협력과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민간합의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의 자율적인 운영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 제도로 성숙해 가고 있다”면서 “법제화에 관한 논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3일 ‘적합업종 법제화의 문제와 대안’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한국중견기업연합회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