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언 카프로 대표이사 연임안 가결…고성 오간 주총장

치열한 표 대결…최대주주 효성 반대했지만 소액주주 지지 얻어

입력 : 2017-03-24 오후 1:17:50
[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 생산업체 '카프로(006380)'가 최대주주들과 경영권을 두고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인 끝에 결국 경영진 재선임에 성공했다. 카프로의 1, 2대 주주인 효성과 코오롱은 현 경영진의 재선임을 반대했지만, 소액주주의 표는 현 경영진을 신임하는 쪽으로 몰렸다.
 
카프로는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제46회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박승언 대표이사와 권용대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한 이사 재선임 건을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박 대표는 3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게 됐다.
 
반대표를 던진 최대주주 효성(11.65%)과 2대 주주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9.56%)의 지분을 제외하고 많은 소액주주가 현 경영진을 재신임하면서 재선임안이 가결됐다. 효성이 과거 카프로 지분 상당수를 시장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가는 하락, 소액주주들이 효성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를 변경하려면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의결이 필요한데, 카프로의 주주는 소액주주가 약 77%에 달해 주총 직전까지도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박 대표의 지분은 0.42%, 우리사주는 0.03%에 불과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효성이 주총을 앞두고 경영진 연임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효성은 카프로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책임을 박 대표에게 묻겠다며 재선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카프로는 최근 중국의 대규모 카프로락탐 증설로 가격 경쟁에 밀리면서 2012년부터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날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주주총회는 예상보다 많은 주주들이 참석하면서 명부 확인 작업이 지연, 10시30분이 넘어서야 시작됐다. 양측은 막판까지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치열한 표 대결을 벌였다.
 
카프로 및 카프로 경영진을 지지하는 측과 효성 등 연임에 반대하는 주주 사이에서는 "대체 왜 적자가 났느냐", "흑자가 난 적도 있다, 가만히 계시라"는 등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카프로 측은 경영악화 원인이 글로벌 시황 등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카프로가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태광산업(003240), 롯데케미칼(011170) 등에 주요 생산품 카프로락탐을 판매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효성은 카프로의 최대주주인 동시에 최대 고객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카프로 측은 "효성 등이 당장 공급을 안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말고도 해외에도 수출처가 많아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카프로 정기 주주총회에 회사 관계자 및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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