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현대중공업(009540)이 사업분할을 완료하고 새롭게 출범했다. 사업분할의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로봇과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 비조선 사업부를 떼어내고 조선해양 분야에만 집중한다. 현대중공업은 시장 선도기술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세계 1위 조선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오는 2021년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자로 총 6개의 독립회사 체제로 재편됐다. 조선·해양을 전담하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현대글로벌서비스(서비스),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그린에너지) 등으로 사업부를 분할했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1위의 조선사로, 대한민국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맏형이다. 최근 수년간의 부침은 현대중공업을 자강론으로 재무장케 했다. 저유가로 촉발된 글로벌 조선경기의 침체로 수주량이 급감했으며, 심지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도크 가동을 중단하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풍력과 태양광 등 신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2014년에는 한 해에만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저유가의 악몽을 체험해야 했다. 이듬해에도 1조5401억원의 손실을 기록,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때문에 이번 사업분할에 임하는 현대중공업의 다짐은 절박감에 가깝다. 우선, 상대적으로 재무상황이 열악했던 비조선 사업부를 독립시키면서 차입금 규모가 축소될 전망이다. 순차입금은 지난해 9월말 기준 4조7000억원에서 분할 후 2조1000억원으로 55.3% 줄고, 부채비율도 106.1%에서 95.6%로 10.5%포인트 감소한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부담을 절감시킨다.
이와 함께 5년간 시설투자 3900억원을 포함한 총 2조500억원을 기술개발에 투자해 세계 1위 조선소로서의 위상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투자는 ▲친환경 선박 및 스마트십 개발 ▲해양플랜트 설계 능력 강화 ▲디지털 스마트 야드 구축 ▲해양플랜트 FPSO 표준선 개발 ▲친환경, 고성능 엔진 개발 등 신기술 분야에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시황 부진과 대내외 경기 침체 등 불안정한 경영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경쟁력이라는 정공법의 선택이다. 동시에 업황이 호조될 경우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부사장급으로 임명, 신제품 개발 추진에서부터 기술전략 수립, 연구인력 선발, 육성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관리를 맡기는 한편 그룹의 설계 및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 4000명에서 오는 2021년까지 1만명으로 확충한다. 성과를 창출한 직원 및 업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진 인재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승진과 처우를 보장한다. 특히 현재 0.5% 수준인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투자를 향후 글로벌 선진기업 수준인 6~7%까지 확대해 기술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품질경영도 강화한다. 과거 설계시 문제점이 됐던 부분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은 물론, 생산 이력 추적 관리 시스템도 도입한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