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큰 꿈을 꾸었는데, 활주로가 너무 짧았다.” 안희정 캠프 관계자의 아쉬움 뒤로 하고 남긴 말이다. 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안희정 후보의 첫 대권 도전도 함께 마무리됐다.
경선결과가 나오자 안 후보는 지지자들과 만나 감사인사를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다. 그는 “우리가 갔던 길 후회 없으시죠”라며 “우리는 대한민국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을 걸었다. 승리의 길을 걸었다”고 경선 과정을 평가했다.
지난 1월22일, 지지율 5% 미만의 군소후보 안희정은 ‘대연정’과 ‘협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대권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 문제로 대한민국이 양극단으로 분열되는 가운데, 안 후보가 선보인 통합의 리더십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가져왔다. 통합의 리더십이 ‘충청 대망론’과 결합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단기간에 20%를 돌파해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선한 의지’, 소위 ‘선의 발언’과 그 이후 이어진 정치권내 논란에 상승세는 한풀 꺾였고,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특히 호남 등 당 핵심지지층들의 오해를 풀지 못한 것이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안 후보는 여러 차례 “저의 오래된 신념이다. '뉴클릭'이지 '우클릭'이 아니다”, “용서와 통합이 모든 것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진의를 설명했지만, 한번 등을 돌린 당심은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충남지역을 제외하고 당내 지지 세력이나 조직이 상대후보보다 턱없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대권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지만,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정치인으로 체급을 상승시킨 것은 안 후보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재명 후보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 2위를 확보한 것은 차차기 대권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라는 게 여의도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사실상 당의 ‘넘버2’로 자리매김해 차기 당권의 향방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안 후보가 취할 선택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인다. 현재 재선 충남지사인 안 후보는 지역 내 신망이 두터워 민주당 최초의 ‘3선 충남지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게 중론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앙 정치권 진출 이야기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 안 후보는 충남지사 업무로 복귀해 도정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내년 지방선거에 3선에 도전할지는 잘 모르겠다. 항상 ‘직업정치인’을 강조하고 있는 안 후보는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후보는 이날 경선 연설에서 “모든 후보가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에 호소할 때 저는 국민의 바다로 나가자고 주장했다”며 “이 길은 더 큰 민주당을 향한 길이다.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가장 확실한 집권주도세력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당원 동지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 새로운 민주주의,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갈 것”이라며 “바로 민주주의의 길이다. 대화와 타협의 길이다. 협치와 연정의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자신의 소신인 ‘대화와 타협, 협치와 연정’으로 경선을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비록 이번 경선에는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후보에게 밀렸지만 누가 정권을 잡아도 ‘여소야대’의 구도를 벗어날 수 없는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안 후보의 소신이 빛을 발할 시간이 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1965년생인 안 후보는 만 51세에 불과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보여줄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3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안희정 캠프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