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은 자신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반성하고 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그러면서도 뇌물공모 혐의를 부인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러 확인하자고 말했다.
자신을 뇌물죄로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대해서는 뇌물죄 프레임으로 자신을 강압적으로 수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4일 열린 최씨에 대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등 사건 1회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최씨는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라며 참회하고 있다. 계속 참회 중”이라며 “선의를 베푼 삼성 측에도 죄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에서 추가 기소한 공소사실은 법정에서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공판 준비기일에서 말했던 것처럼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특검은 제 얘기를 듣지 않는다”며 직접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특검은 사실관계를 정해놓고 그에 따라 진술을 요구했다. 삼성 경영구조니 지배구조니 그러는데 그런 (큰) 회사 운영을 안 해봐서 전혀 몰라서 진술을 거부했다”며 “뇌물죄 프레임을 갖다 대니까 너무 억울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무리 제가 대통령 곁에 있었다 해도 재벌 총수들과 인사해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압으로, 폭력적 언어로 수사받았다“며 ”독일에서 귀국하자마자 저를 미르·K스포츠재단 강요미수로 해서 수사했지만 증거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 대한민국 법치주의 잘 안 돼 있다. 죽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또 최씨는 ”더블루K 등과 관련해서 잘못된 사람들을 만나서 (그렇게) 된 것은 인정하지만 대통령과 안종범 전 수석과 공모했다는 부분은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재식 특검보는 “167명의 증인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사건 핵심인 뇌물수수 가운데 승마 관련 부분에서 부정 청탁과 대가성 관계를 입증하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재단 부분은 수월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에 대한 직권남용 재판에서 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부분은 사실심리가 거의 끝났다.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단독 면담에서 뇌물수수 주고받기 공모했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건데 바로 이 부회장과 전직 대통령을 불러서 확인하면 된다”고 효율적인 재판을 요구했다. 이에 양 특검보는 “전직 대통령은 수사 중이고 이 부회장은 재판이 막 시작된 단계다.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모두절차 뒤 이어진 서증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옷을 만든 임모씨의 진술을 공개했다. 특검에 따르면 임씨는 최씨 지시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박 전 대통령 의상을 만들었다. 임씨는 특검에서 "2014년 12월까지 월 450만원의 급여를 고영태씨에게서 받았다. 이후 최씨 또는 최씨의 경리에게서 직접 받았다"라고 말했다. 최씨의 또 다른 변호인 오태희 변호사는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 공동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함인 건 같다"면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직권남용죄와 뇌물죄로 따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사건을 병합 심리할 방침도 밝혔다. 이날 오후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자신의 재판 준비를 이유로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다음 재판은 11일 오전 10시 열린다.
최순실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재판을 받기 위해 왔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