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절벽' 조선4사 신용도 강등 불 번지나

한기평, 조선사 등급 일제히 하향…나머지 신평사 강등 가능성 촉각

입력 : 2017-04-09 오전 9:08:47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국내 대형 조선사 신용등급에 또 한 차례 빨간 불이 켜졌다. 한국기업평가가 3개 신용평가사 가운데 가장 먼저 대형 조선사의 회사채 등급을 떨어뜨린 가운데 나머지 신평사들의 등급조정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수년간 이어진 줄하향 추세가 올해도 이어진 것으로 수주잔고의 급격한 감소 탓에 사업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5일 한국기업평가는 조선업 정기평가 결과 지난해 글로벌 조선업 신규수주는 총 336억달러로 1990년대 이래 최악의 수주 성적표를 내놨다고 밝혔다. 수주잔고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국내 조선업계 수주실적도 최악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009540) 43억달러, 삼성중공업(010140) 5억달러, 현대미포조선(010620) 9억달러로 전년 말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는 진단이다.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신용등급도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현대중공업은 A(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한 단계 떨어졌고 현대미포조선은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 등급으로 강등됐다. 삼성중공업은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낮춰졌다. B+(부정적) 등급이던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선 B-(부정적 검토)라는 등급을 매겼다.
 
심각한 수주잔고 감소와 매출 둔화는 그 배경이 됐다. 문제는 매출 감소가 올해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성태경 한기평 평가5실 책임연구원은 “작년 말 수주잔고 중 CGT(표준화물 환산톤수) 기준 약 60%의 물량이 올해 중 인도 예정으로 올해 조선업계 매출이 25% 내외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매출절벽 우려는 현실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규수주가 부진할 경우 내년도 이후 매출절벽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매출 급감으로 인한 실적가변성 확대가 우려된다는 게 성 연구원의 평가다.
 
상선부문의 공급과잉 심화도 점쳤다. 2019년까지 주력 선종의 선복량이 10% 이상 증가하는 등 공급과잉이 예상돼서다. 2010년을 전후로 탱커선과 컨테이너선 발주가 집중된 영향에 주력 선박의 선령이 낮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환경규제 시행으로 일부 노후선박을 대체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물동량 증가가 뒷받침되는 LNG선박에 한해 제한적 발주가 재개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1분기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상황이다. 4개 조선사의 1분기 잠정 수주금액은 총 3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5억달러에 비해 높다. 다만 지난 2011~2015년 조선4사 합계는 374억달러로 여전히 부진하다.
 
부진한 수주가 지속되고 있어 위축된 영업환경 개선 속도는 더딜 전망이다. 실제 클락슨 등 주요 리서치기관의 2016~2020년 중기 수주금액은 과거 5년 대비 4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맥킨지 등 일부 리서치는 65% 감소 전망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등 나머지 신평사들의 조선사 신용등급 강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와 주목된다. 당분간 업황 회복이 어려운 가운데 냉정한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조선업종의 업황 개선세가 미약한데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처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결국 삼성과 현대중공업이 인수합병(M&A)의 주체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 최소한 내년까지는 뚜렷한 실적반전이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조조정을 위한 추가비용 투입의 가능성까지 상존하는 상황에서 업황개선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나머지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조정 가능성을 높게 봐야 할 것이란 얘기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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