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정부의 미세먼지 단계별 대응 권고 매뉴얼보다 한 단계 강화된 미세먼지 종합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 내 모든 초중고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 ‘보통(31~80㎍/㎥)’ 단계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50㎍/㎥(초미세먼지는 25㎍/㎥이상) 이상이면 야외수업을 자제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학교미세먼지 종합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박혜자 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은 “최근 미세먼지 오염도 증가로 인해 학부모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며 교육청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초미세먼지 누적평균 농도는 33.6㎍/㎥로 2015년 28.1㎍/㎥, 2016년 27.6㎍/㎥보다 높았고, ‘나쁨 이상’ 일수 역시 총 14일로 2015년 11일, 2016년 13일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번에 교육청이 마련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대기질 관리 정책과는 별개로 성장기 어린이와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대책이다. 서울 내 모든 학교는 다음날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쁨’(81∼150㎍/㎥)으로 예보되거나 당일 ‘나쁨’으로 나타나면 예정된 야외수업을 실내 수업으로 대체하도록 하고, ‘매우 나쁨’(150 ㎍/㎥이상) 수준인 주의보 발령 시에는 가급적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거나 수업을 단축하고, 학생들의 외부 활동 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의무화 해야 한다. 교육청은 학생들이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유·초등학생에게 보건용 마스크 54만개를 우선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현행 교육부 매뉴얼은 미세먼지 농도 ‘나쁨’ 이상이나 ‘매우나쁨(15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 시 야외수업 단축 또는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교육청이 마련한 종합대책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으로 각 학교장은 예정된 학사일정에 맞춰 야외수업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문제는 서울 내 전체 1349개교 중 299개교가 야외수업을 대체할 실내체육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학생들의 체육활동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안재홍 체육건강과장은 “현재 실내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강당이나 무용실 같은 대체 공간이 마련돼 있어 동시간대 2~3개 학급 정도가 대체수업을 할 수 있다”며 “체육교과과정을 구성할 때도 미세먼지가 심한 4~5월은 실내에서 이론수업을 많이 하고, 야외수업 교과과정을 7~8월에 구성하면 걱정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교육청 권고안과 기존의 정부 권고안의 차이로 인해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은 “조금 미비한 점이 있지만 아이들을 기준으로 좀 더 강화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크게 문제 될 거 같지 않다”며 “환경단체에서 굉장한 압박도 있고, (교육청차원에서 )기준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조금 노력을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학교 교실의 공기질 개선을 위해 ‘공기정화장치’를 보급하기 위한 연구용역사업을 추진한다. 공기정화장치는 이르면 오는 2학기부터 시범적으로 설치된다. 교육청은 이번 종합대책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만큼 관련 예산은 예비비 등 통해 우선적으로 충당하고,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추경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교육청의 미세먼지 종합대책 발표에 대해 배보람 녹색연합 평화생태팀 활동가는 “서울시교육청 차원에서 미세먼지 관련 지침을 내리는 건 필요하다. 다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건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육청의 이런 움직임들이 환경당국을 움직이는 데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라는 공간에서의 실외수업뿐만 아니라 노후 학생통학차량을 친환경차량으로 교체한다던지, 학교 주변에 노후 경유차가 못 들어가게 관리하는 등의 고민들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2017학년도 학교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