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에 대한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자신의 딸 이름이 검찰 증인신문에서 자꾸 거론되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11일 열린 자신에 대한 뇌물 사건 2회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접 신문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씨는 “승마 국가대표 선발과정은 말이랑 사람(선수)만 관계되는 것이라 조작을 못 한다”면서 “3~4명의 심판이 모두 지켜본다”라고 딸 정씨에 대한 승마특혜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저희 딸은 올바른 과정을 거쳐 국가대표에 선발됐는데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며 “안민석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의혹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 상임위 소속이면 그런 선수를 독려하고 도와줘야 하는데 아무 문제없는 어린 선수를 상대로 대정부 질문에서 의혹을 제기했다”며 “어린 애가 그것 때문에 심한 정신적 타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검찰신문에서 딸 이름이 자주 나오자 “특검에서 자꾸 저희 딸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며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관련돼 있어 (검찰이) 물어볼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 ‘나쁜사람’으로 찍혀 좌천 인사를 당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은 오후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작성한 살생부에는 특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노 전 국장은 “최씨는 왜 박원오씨를 앞세워 승마협회 임원 7명을 제거하거나 불이익을 주려고 했는가”라는 질문에 “제도적 문제라기보다 특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어 “일종의 승마협회 내부 살생부였는가”라는 물음에 “그런 역할 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노 전 국장은 또 특정한 목적에 대해 “지금 보면 (특정한 목적은) 정유라씨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이나 그의 장래 계획”이라고 진술했다.
노 전 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과장은 2013년 5월쯤 청와대 지시로 최씨 딸 정씨가 출전한 전국 승마대회에서 불거진 시비를 조사해 “최순실씨 쪽이나 반대 쪽이나 모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올렸다. 이를 보고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으면서 이들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뒤 좌천성 인사를 지시했다. 이 대회에서 정씨가 준우승을 한 뒤 모 전 수석이 노 전 국장에게 전화로 “박원오를 만나 승마협회 문제점에 대해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지만 진 전 과장을 통해 실체를 파악한 노 전 국장은 파벌싸움으로 결론을 내린 게 박 전 대통령 등에게 밉보였다.
노 전 국장은 “인사조치를 당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당시에는 보고서밖에는 다른 이유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청와대 직원들한테서 보고서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웬만하면 원하는 대로 써주지 그랬냐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을 농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