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업계, "살고 보자" 톡톡튀는 아이디어 눈길

용량 줄이고 도수 낮추고…소주시장 진출 '외도'도 감행

입력 : 2017-04-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위스키 업체들이 생존 전략 찾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소용량, 저도주 등 트랜드 쫓기에 애쓰는가 하면 소주 시장 진출까지 넘보며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2008년 284만 상자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선 뒤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 1분기에도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뒀다. 그동안 시장을 이끌던 주요 브랜드가 1분기에도 판매가 부진하면서 전체적인 시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주류수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위스키 전체 판매량은 37만1634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3% 감소했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원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 롯데주류의 '스카치블루' 등 과거 국내 위스키 시장의 빅3로 꼽히던 브랜드가 모두 판매량이 감소했다. 가장 감소폭이 큰 브랜드는 '스카치블루'로 전년 동기 대비 13.4%나 감소했다. 이어 '윈저'가 11.1%, '임페리얼'이 7.6% 감소했다.
 
위스키 시장의 위기는 불경기 속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고 독한 술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는데다 부정청탁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유흥가 중심의 술자리마저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이에 위스키 업계는 다양한 전략으로 살길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용량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추는 전략도 눈길을 끈다. 국내 위스키 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12일 '조니워커 블랙 레이블 200㎖' 소용량 제품을 내놨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조니워커 레드 레이블 200㎖에 이은 두 번째 소용량 제품이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위스키 대중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디아지오코리아에 따르면 가격이 8000~9000원대인 조니워커 레드 레이블 200㎖가 지난 2월 할인매장 기준 소용량 위스키 부문에서 판매량 1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거뒀다. 이에 후속 제품으로 '블랙 레이블 200㎖'를 1만6000원대에 추가로 선보인 것이다. 이들 소용량 위스키들은 '혼술'과 '홈술'을 즐기는 애주가들에게 가격과 양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컨셉을 잡은만큼 상반기 시장 트랜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스키 신제품들의 알코올 도수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10년대 초반 36.5도의 골든블루가 급격하게 시장을 넓혀가며 시장의 판도를 '저도주 시장'으로 바꾼 셈이다. 골든블루의 17년산급 제품인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는 올 3월 기준 17년산급 저도 위스키(기타주류 포함)시장에서 약 7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2010년 3만39상자이던 알코올 도수 40도 이하 위스키의 국내 출고량은 지난해 54만9538상자까지 늘었다. 또, 올해 1분기 저도주의 경우 판매량이 32.7% 증가한 반면 고도주 시장은 21.2% 감소했다.
 
위스키 회사가 생존을 위해 다른 주종의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사례도 있다.
 
국내 5위 위스키 업체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최근 소주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윌리엄그랜트선즈코리아는 최근 글로벌 본사로부터 소주 제조업 진출을 승인받고 인수 업체 물색에 나섰다. 지방 소주 제조사를 인수해 프리미엄 소주 등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판이 닫혀가는 '위스키'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과 소주가 기존 주류 소비층과 젊은층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주종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시기와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소주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소주와 위스키는 같은 증류주이고 일반 소주보다는 '프리미엄 소주' 시장을 타깃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영업장에서 주로 판매되던 로컬 브랜드의 판매량이 줄어들며 국내 위스키 시장의 축소 추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기존 고도주 중심의 시장 패권이 저도주 중심으로 이동하고 저도주 브랜드는 최근 꾸준히 성장세인만큼 달라진 위스키 음용문화에 맞춘 신제품 출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선보인 소용량 위스키 조니워커 블랙 레이블 200ml(왼쪽)과 저도 위스키 시장을 주도한 골든블루의 위스키 제품.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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