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해진 아시아나항공, 제주 노선 2위 내주나

대한항공 동결로 가격 경쟁력 모호…추가 점유율 손실 가능성 ↑

입력 : 2017-04-16 오후 3:27:19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적 항공사들의 국내선 운임료 인상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003490)이 나홀로 동결 카드를 꺼내들며 격전지인 제주 노선 점유율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국내선 가운데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제주노선에서 2위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아시아나항공이 애매해진 가격 경쟁력에 위아래로 끼어 점유율을 내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각 항공사들에 따르면 오는 6월 3일 오후 6시 김포를 출발해 제주도를 향하는 편도 노선의 가격은 최저 7만9900원에서 최고 11만32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대별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11만3200원 ▲제주항공(089590)·진에어·티웨이항공 9만7700원 ▲에어부산 9만5000원 ▲이스타항공 7만7700원이었다. 각 사별 국내선 운임료 인상폭이 반영된 가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경쟁 대형사인 대한항공에 비해 다소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던 가격 경쟁력 우위를 잃은 데다, 저가항공(LCC)과의 격차는 여전해 이도저도 아닌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제주노선은 올 1분기 기준 전체 국내선 여객 가운데 약 85%의 비중을 차지한다.
 
제주발 국내선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 운임료 동결에 따라 모호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점유율 다툼에 변화 조짐이 일고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분기 제주발 국내노선을 이용한 승객 520만2033명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승객은 110만650명의로 가장 높은 비중(21.2%)을 차지했다. 대한항공(20.5%), 제주항공(18.2%)이 뒤를 이었고 나머지 항공사들이 8~10% 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같은 시기 19.1%의 승객 점유율을 기록한 아시아나항공은 19.9%의 대한항공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올 1분기에는 대한항공(20.5%), 아시아나항공(18%), 제주항공(16.2%)순의 점유율을 보이며 1위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3위와의 격차는 좁혀진 셈이다.
 
국적 항공사들은 지난 1월 진에어가 주말·성수기·탄력할증 국내선 운임료를 5% 인상한 뒤, 줄줄이 가격 올리기에 나섰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이 국내선 운임료를 5~11% 인상한 데 이어 대형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오는 18일부터 제주노선 운임료를 기존의 5% 가량 올리기로 했다.
 
업계 경쟁 격화 속 KTX 등의 대체 교통수단 발달로 인한 국내선 영업환경 악화 등이 인상의 이유였다. 여기에 업계 1위 대한항공 마저 인상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에 항공사간 국내선 운임료 인상 담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대한항공이 국내 관광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을 명분으로 나홀로 운임료 동결에 나서면서 졸지에 아시아나항공의 입지가 애매해졌다.
 
위로는 향후 가격 경쟁력 다툼에 우위를 잃은 대한항공, 아래로는 낮은 운임료의 LCC로의 승객 유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점차 잃어가던 제주노선 점유율 2위 유지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노선의 경우 대형사 특유의 프리미엄 서비스나 안정감을 요구하는 노선이 아닌만큼 운임료가 제일 중요한 경쟁 요소”라며 “대한항공의 운임료 동결로 인해 결과적으로 운임료 조정 이후 제주노선 가격 경쟁력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아시아나항공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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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