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17일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삼성그룹 외 대기업들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수가 기소된 롯데그룹은 울었고 검찰의 기소 칼날을 피한
SK(003600)그룹과
CJ(001040)그룹은 웃었다.
특수본은 이날 두 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중 지난해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 관련 경기도 하남 체육시설 건설자금 명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롯데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해 신동빈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 탈락한 롯데그룹이 면세점 영업이 지속될 수 있게 해달라는 등 부정한 청탁과 함께 K스포츠재단에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재단에 추가 출연하거나 출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불기소했다. 특히 특수본은 최 회장이 워커힐호텔 면세점 재승인과 CJ헬로비전 인수 승인 등 그룹 경영 현안을 해결해달라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 자체는 공소장에 적시했지만, 추가 출연에 대해서는 정중하고 기술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인지했다. 이 때문에 SK에 요구한 89억원 관련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제3자 뇌물수수죄가 아닌 제3자 뇌물요구죄를 적용했다.
특수본 부본부장인 노승권 1차장 검사는 이날 "롯데는 재단에 추가로 돈을 냈다가 돌려받았지만, SK는 약속한 30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없고 일방적으로 돈을 달라고 요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SK는 사회공헌위원회라는 필수 의결기구가 있는데 추가 출연과 관련해 아예 상정된 바가 없었다. 따라서 뇌물공여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없었고 (최 회장을)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두 재단에 111억원을 낸 SK는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89억원 출연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30억원으로 줄여 출연 의사를 밝혔다가 내지 않았었다.
한편, 두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사 강도가 약했던 CJ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CJ는 이 회장 광복절 사면 대가로 두 재단에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CJ는 이미 특수본 1기 때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이미경 부회장이 퇴진하는 등 피해를 본 것이 드러났다. 이 회장을 기소하면 CJ는 피의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노 차장검사는 "CJ에 대해 특별히 (혐의점이) 나온 게 없다"며 사실상 CJ를 강요에 따른 피해자로 판단했다.
지난달 6일 출범한 특수본 2기는 열흘 뒤 김창근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영태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를 참고인 소환하고 이틀 뒤 최 회장까지 조사하며 SK 뇌물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후 SK 관계자 중 피의자로 입건된 이는 없었고 좀처럼 수사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답보 상태에 놓였다.
특수본은 지난달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사장을 참고인으로 부르며 롯데의 뇌물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력을 모았다. 지난 2일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사장)을 비공개 소환 조사하고 닷새 뒤 신 회장까지 참고인으로 부르며 면세점 재승인을 위해 재단에 출연했는지 등을 추궁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삼성그룹 외 대기업 수사를 넘겨받은 특수본은 지난달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삼성 외 두 재단에 출연한 다른 대기업들은 모두 뇌물혐의에서 제외했다. 앞으로 추가 수사를 벌이겠다는 의지였다. 이후 롯데, SK, CJ를 주요 대상으로 삼고 약 40일간 수사했다.
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이크를 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