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19대 대선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추격하는 후보들은 남은 네 차례 토론회를 통한 지지율 반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라면 TV토론회의 위력은 지난 18대 대선처럼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측이다. 한때 대선판도를 뒤흔들었던 토론회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를 변경할 수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TV토론을 보고 결정하겠다’가 46.3%로 가장 높았다”며 “TV토론이 지지 후보를 변경할 가능성이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엠브레인이 YTN 의뢰로 조사해 18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8.1%였고, 연령별로는 19~29세(44.3%)와 30대(36.4%), 직업별로는 학생(47.6%)이 상대적으로 높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유권자들이 남은 기간 지지후보를 변경할 가능성을 대체로 낮게 보고 있다. 유권자들의 후보 지지성향이 오랜 시간 각종 정보가 입력·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몇 차례의 토론회가 유권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TV토론은 후보에 대한 매체광고나 기타 홍보와 마찬가지로 지지율 결정요인이 아니라 보조수단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제(19일) TV토론 결과 지지율 변동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 달 전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결과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후발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측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토론을 요구하며 토론회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는 문 후보의 결선투표 없는 대선후보 선출로 이어졌다.
지난 18대 대선 때도 비슷했다. 18대 대선을 10여일 앞둔 2012년 12월6일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토론 후 지지후보를 변경할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89.1%에 달했다. '변경할 생각이 들었다'는 응답자는 6.7%에 그쳤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토론회에서 나름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표심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던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대 측에서 객관적인 내용에 근거한 질의를 하더라도 반대쪽 지지자들은 ‘우리 후보가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받아들여 결집하기도 한다”며 “토론을 잘한다는 것이 100%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오른쪽부터)가 토론준비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