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우리나라가 미국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지만 앞으로 환율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유럽발 리스크, 트럼프 정부 통상압박 확대 등 원화 강세와 약세 요인이 혼재된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운신의 폭은 좁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면서 "한 방향 외환시장 개입은 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심층분석 대상국 3가지 요건인 시장개입 요건을 충족하지는 않았지만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외환당국은 미국이 환율보고서를 오는 10월에 또 발표하기 때문에 환율시장이 출렁거려도 대응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처지다.
실제 우리 경제에는 대내외 리스크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앞으로 외환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해소되면서 당분간 원화약세 기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핵 리스크 부각, 글로벌 리스크 영향 등 변동폭 확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5~6월까지 환율은 급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통상압박 확대는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상무부는 18일(현지시간) 한국 등 10개국이 수출한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수출품에 반덤핑 관세 조사를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7일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선(reform)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통상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발 시장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6월8일 조기 총선을 요청한다고 발표한데 더해 이달 23일 예정된 프랑스 대선도 변수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리스크는 국내 원화 환율과 상관관계가 높은 주변 환율들의 향방을 엇갈리게 한다"며 "국내 원화 환율과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두 통화의 상이한 흐름은 국내 원화 환율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한편 올 1분기에도 환율변동폭은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일대비 변동폭은 5.7원으로 작년 4분기 4.9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조남현 한은 외환시장팀 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달러 경계' 발언과 지난 3월 연준의 금리 인상 등으로 환율의 변동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지만 앞으로 환율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