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1세대 화장품 로드숍 오너 시대

'미샤' 서영필 회장, 매출정체·경쟁심화에 회사 지분 매각

입력 : 2017-04-23 오후 3:52:34
[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미샤'와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등 국내에서 저가 화장품 로드숍 전성시대를 연 주역들의 시대가 저물었다.
 
작년 6월 더페이스샵과 네이처리퍼블릭을 만든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업계에서 물러난데 이어 최근 미샤의 창업주 서영필 에이블씨엔씨(078520) 회장도 회사 지분 매각을 결정하며 사실상 오너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서영필 회장은 2002년 당시 침체됐던 국내 화장품 시장에  33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값의 초저가 화장품을 내세운 '미샤'를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전까지 단일 브랜드 제품만 취급하는 화장품 매장이 없던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단일 브랜드숍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격 파괴는 위험한 시도였으나 거품을 뺀 가격을 반긴 소비자들은 하나둘 매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하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무덤으로 통하는 일본에서도 미샤는 히트제품 다수 선보였다. 2012년 비비크림으로 일본 열도를 접수한 이후 지난해 쿠션파운데이션 'M 매직쿠션'과 틴트 제품의 인기를 통해 제2의 전성기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일본법인 매출은 전년대비 두배 가까이 성장한 27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미샤와 어퓨, 스위스퓨어 등 에이블씨엔씨 소속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뷰티넷'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웠다. '뷰티넷'은 2000년 서 대표가 오픈한 여성 포털 온라인쇼핑몰로 에이블씨엔씨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까지도 사업 확장에 힘쓰던 서 회장의 지분 매각 결정이 급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서 회장은 지난 21일 보유 중인 에이블씨엔씨의 보통주 495만여주 중 90%에 육박하는 431만여주를 투자회사 비너스원에 양도키로 했다. 매각대금은 1882억원이다. 비너스원은 할리스커피를 인수한 사모펀드 IMM이 에이블씨엔씨 매각을 위해 세운 투자회사다. 아직 서 회장의 거취와 경영권 양도 등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업게에서는 IMM이 경영권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 회장의 지분 매각 배경으로는 화장품 로드숍 사업의 경쟁심화와 그에 따른 매출 정체가 거론되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 등 대기업 소속 브랜드숍이 약진하는 가운데 메디힐, A.H.C 등 헬스앤뷰티숍(H&B)과 홈쇼핑을 통해 급격히 성장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나오면서 미샤의 입지는 예전보다 축소됐다. 실제로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은 2012년 이후 5년째 4000억원 중반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정운호 씨가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직에서 사임하며 화장품업계에서 물러났다. 정 전 대표는 2003년 더페이스샵을 만들며 서영필 회장과 함께 국내 로드숍 화장품 시장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다.
 
자연주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더페이스샵을 키운 정 전 대표는 2010년 LG생활건강(051900)에 브랜드를 2200억원에 매각하며 화장품 성공신화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후 더페이스샵 출신 직원들이 만든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하며 화장품 사업에서 2연타를 날리는 듯 했다.
 
그러나 해외 원정도박 혐의와 이를 무마하기 위한 전관로비가 드러나며 몰락했고 결국 지난해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현재 정 전 대표도 보유중인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분(74%) 매각을 추진 중이나 국내 화장품시장의 경쟁 심화 등에 대한 우려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영필 에이블씨엔시 회장(왼쪽)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진/에이블씨엔씨·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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